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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NOTE

나가오카 겐메이 강연 in 리블랭크 스위싱 나잇 서울_ 공간 꿀


지난 번 우에하라 료스케 씨 세미나를 들었던 것 처럼, 언젠간 나가오카 겐메이 이 분의 세미나도
들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그 만남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리블랭크에서 주최한 스위싱 나잇 서울.

귀찮아서 내일로 미뤘다가 다음 날 신청하려고 보니 참가신청이 마감되었지만...

왠지 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고- 초대권을 주는 온라인 이벤트에 응모. 그래서 정말로 당첨되어 가게 되었음.
좋은 강연 듣기를 좋아하는 램램언니와 함께.
장소는 이태원의 '꿀'. 평일이라 퇴근 후 허겁지겁 간 탓에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지만-
최정화씨가 만든 공간답게 알록달록 공간이었다.



귀엽게 통역 잘 해주신 통역사분과 나가오카 겐메이 씨.
책에 꼭 한 장씩 실리는 흑백 사진을 보다 실제로 마주하니 희끗한 머리 덕에 나이가 더 들어 보였다.
그치만 센스있는 옷차림과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서
왠지 친근함과 함께 디자이너 느낌을 폴폴.



복사기로 복사해 맨 처음 만들었다는, 첫 호의 매거진과
처음 시작한 사무실 전경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런 거 보는 거 너무 좋다. 탄탄하고 완성되어보이는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는
어떤 시작과 노력 그리고 열정이 있었는지 점점 알 수 있으니깐.



60 vision 과 리사이클 무지 프로젝트.


항상 비판하고 다녔던 G마크(good design mark)를 오히려 이용해
샵과 카페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혼날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좋아하시더라고.

옆은 G마크를 받았던 물건들을 모아 전시-판매한 모습. 비닐과 스티커로만으로도 이렇게 통일감이 생긴다.




이 분의 책을 세 권 다 읽고 세미나를 보니 이해도 금방금방 잘 되고,
되씹는 느낌이랄까. 너무 좋았다.
 
화면을 넘길 때마다 '부디 따라해 주세요' 라는 멘트를 종종 했다. ㅎ
좋은 취지의 일들이니 따라하면 좋겠다는 말이었지만,

그 말 뒤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
사실 그의 생각을 거름 없이 전부 받아들여 버리면-
내가 지금 하는 일, 해 온 일 역시 다 '쓰레기를 만드는 디자인' 이다.  
그렇다고 올바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나도 새로운 것은 만들지 않고 재활용 디자인에 전념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특히 내가 생각하기에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범위가 상당히 넓기에
(사실 인간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쓰레기를 생산하는 일 아닌가..)

자신의 기준 없이 다짜고짜 마구 따라하고 실천할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에서' 라는 중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책을 읽거나 이렇게 세미나를 들을 때, 100% 다 받아들여서 푹 빠져들 것이 아니라
나의 기준을 두고 좋은 것은 남겨두고 새기며  
내게 맞지 않거나 거리가 먼 것은 걸러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시간.





D&Department project SEOUL by ### 이 곧 생기길 바란다며 강연을 끝낸 나가오카씨.
서울 철자 틀렸어요. 하핫-


강연의 첫머리에, 그는 자신의 책들은 일본의 디자인붐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일본인을 위해서 쓴 것인데
한국에서 출간하고 잘 팔려서 신기하다고 했다. 그걸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내가 요즘 '불멸' 을 읽어서인지 한편으로는 괜히 마음이 허하더라. 
일본이 정치적으로 하는 일들을 보면 우리는 마구 욕하고 싫어하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어쩔 수 없게 또 열광하고 본받을 점까지 많으니...

우리나라에도 멋지고 훌륭한 디자이너가 더 많이 나와서 
일본 사람들이 강연을 들으러 벌떼처럼 몰려들기를... 
비록 나가오카 겐메이 같은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가 도쿄만이 아닌 일본의 전 지역에
디자인을 고루 분산시키자 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디자인을 서울에 더 집중시키자 라는 생각으로
디자인서울을 마구 내밀고 있는 실정이지만


강연을 끝내고 돌아본 '꿀' 의 구석구석들. 어두워진 뒤라 별로 많이 찍지 않았는데
오래된 주택 내부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자그마해 보이는 건물에 칸칸이 작은 방이 어찌나 많은지...
낡은 곳곳 전혀 손보지 않고 설치미술들을 전시해 둔 모습이 딱 예술가들이 개조한 집 느낌.

강연 뒤의 순서로 가져온 물건들을 서로 바꾸어 쓰는 스위싱 파티도 있었는데,
너무 배가 고팠던 탓에 가져온 물건을 내놓기만 하고 저녁을 먹으러 자리를 옮겼다.

즐거웠던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