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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

 

근래에는 만나는 사람들 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 같다. 정말로 다들 같은 생각인 걸까.

내 나이 때 내가 이럴 줄 꿈에도 몰랐어.

드라마에 나오는 싱글 여자들 처럼 깔끔한 원룸에 모여앉은 주말밤의 모임이나

멋지게 차려입은 직장에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 같은 건 이미 몇년 전 부터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잖아.

 

나는 그런 게 신기하다.

어릴 적에 본 어른들은 말투도 '달랐고', 특히 지금 내 나이대의 사람들. 분명 참으로 '어른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왜 똑같은지. 내 친구들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똑같은 말투와 제스춰.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스타일 모두 이십대 초반 그 때와 딱히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그 주제와 그것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 뿐.

이런 나를 보면서 어린 아이들은 어른 같다 생각이 들까.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어느 부분이 내 안의 어른이 되었을까.

 

일할 시간과 사랑할 시간 그 무엇이 더 필요한가요, 라는 코코 샤넬의 말 처럼

일에 몰두하며 뜨겁게 연애하며 영화같이 뽀샤시한 모습으로 살아갈 줄 알았지만

실상은 허삼관 매혈기.

 

아무것도 아닌 척 자유로운 척 하다가도 한 번씩 위기가 닥치면 안절부절하며 마음을 잃었다. 

일터에 내 기쁨과 슬픔의 큰 부분들을 의지해 왔다.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늘 고민해 왔지만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아마도 '일'뿐만이 아니라 '일터'에 대한 고민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리라.

어제는 드마라 '직장의 신'을 1화부터 6화까지 보았다. 재미 이상의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였다.

마냥 자유로운 영혼일 줄 알았던 내가 '직장인'이라는 모습으로 여전히 살아 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직장인'이 아니라 '디자이너'라고 나를 소개하지만 나는 직장인이다.

 

일요일 이 시간 부터 월요일이 가까옴을 걱정하고 다음 주의 스트레스를 미리 겁내는,

주말에 생각나는 회사 일에 몸서리치는 그런 직장인이다. 

나는 언제나 그냥 직장인 그 이상의 '나'이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실상 나의 가장 큰 부분은 그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안에서.

'모르겠다'는 단어를 부쩍 많이 내뱉는다. 깊게 고민해도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혹은 알기 싫은 것들.

내가 당장 깨달을 수 없는 것이 왜 이렇게 많을까, 살아가는 이 와중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