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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도쿄 DAY1. 책장 속에서 잠드는 매력적인 경험, 북엔배드 도쿄 Book&Bed Tokyo


일본여행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계획한 것은 이 숙소에 묵는 일이었다. 2015년 11월에 문을 연 곳이니 오픈 초기에 방문한 셈.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는데 자리가 없어 날짜를 일정 중간으로 변경하기도 하는 등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결국 내가 원하던 대로 여행 첫머리에 묵을 수 있게 된 '북 앤 베드 도쿄 Book&Bed Tokyo'. 


책을 보다가 잠들 수 있는 컨셉으로 꾸민 캡슐 호스텔이랄까. 가격은 저렴한 편, 아무래도 잠자는 공간이 편하지 않고 혼성 침실에 공동욕실이니 그럴 만 한 건 사실이다. 잠자리가 불편하겠다는 예상은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의 컨셉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에서 엿볼 수 있는 디자인 센스 때문에 꼭 여기서 묵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더 푹신한 매트리스나 베게, 가벼운 이불 대신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경험'이라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스스르 잠들어 버리는 그 순간, 그 순간에 행복한 경험을 주는 '행복한 잠들기'를 위한 호스텔이라는 표현도 멋지다. 


사이트는 bookandbedtokyo.com / 인스타그램 @bookandbedtokyo 






이케부쿠로 역에서 나오면 이 풍경이 펼쳐지는데, 이 풍경 안에서도 보이는 위치에 있으니 역에서의 접근성은 굉장히 편하다.

사진 가운데 파란 동그라미 친 저 곳. 





캐리어를 끌고 도로로 걸어가면 빌딩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간판.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7층에 내리면 어둡고 좁은 이 공간의 풍경에 놀라게 된다. 그렇지만 저 콜벨을 누르면 작은 문이 열리면서 직원이 예약 확인을 도와준다. 이 곳에서 예약 확인을 마치고 나면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적힌 카드를 주니 그 때 부터 문을 열고 들어와 숙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아, 참고로 나는 수건을 따로 가져오지 않아 체크인시 따로 비용을 지불하고 수건을 빌렸다. 아마 비용은 300엔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홈페이지에서 봤던 풍경이 펼쳐진다. 





숙소 타입은 2가지로 나뉘어지는데, 'Bookshelf(standard/compact)'와 'Bunk(standard/compact)'로 나뉘어진다. 침실 폭에 따라 standard/compact로 나뉘어 지는 듯 하고, 벙크 공간은 왠지 설국열차의 꼬리칸 같은 느낌이라 그다지 시도해 보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책장 공간 스탠다드로 예약이 되었다. 벙크 공간이 천 엔 정도 더 저렴하다. 


내 자리는 저기 책장 2층 5번칸. 




 

사진들을 보면 사다리가 끝나는 곳이 침실 입구에 딱 맞춰져 있지 않고 입구에 아주 살짝 걸쳐져 있다. 그래서 2층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행위가 편리하지 않더라. 그래서 입구 바닥에 부착된 손잡이를 잡고 몸을 당기면서 침실(?)로 들어가야 하는 구조. 

기숙사 2층 침대를 썼던 기억을 떠올려 봐도 이 구조는 확실히 불편했다. 올라가는 것은 그렇다 쳐도 뒤를 돌아 내려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아무래도 1층의 공간 입구를 확보하기 위해 사다리를 옆으로 위치시킨 듯 하다. 





짐은 이렇게 책장의 맨 아래 공간에 보관하게 되어 있어 짐을 펼치거나 늘어놓기는 어렵다. 

신고 온 신발은 벗어두고 비치된 슬리퍼를 이용할 수 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현관문, 그리고 가운데로 보이는 두 문 중에 왼쪽은 스텝공간과 화장실, 공용 욕실로 통하는 문. 그리고 오른쪽은 벙커 침실이 있는 공간이다. 





화장실과 욕실 공간의 사진을 볼 수 없어 불안했었는데, 모두 깨끗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화장실의 비데 버튼 영어 표시. 찢어 낸 책장에 프린트 하는 센스. 





모든 안내는 이렇게 찢어 낸 책장에. 






샤워 룸도 작지만 깨끗하고, 샤워를 마친 후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다. 

샤워 부스 앞에 soil의 규조토 발 매트가 있었는데, 이 공간의 느낌과도 잘 어울렸거니와 흡수력과 감촉에 반해, 나중에 결국 soil의 컵받침 한 세트를 샀다. 


세면대 공간도 따로 있는데 밤 12시가 되면 세면대 위에 올려져 있던 드라이기가 싹 사라지는 것도 이곳의 배려. 





나도 밤 10시가 넘어 들어왔는데, 다들 밖에서 노느라 정신없는지 아직 이렇게 고즈넉한 풍경이다. 

사진만 봐도 이 때의 좋았던 기분이 생각난다. 

얼른 들어가 샤워를 하고 대강 침구 정리를 한 뒤 밤 시간 동안 놀 물건들을 챙겨 침대에서 내려왔다. 





공간의 주요 컨셉이 '책'인 만큼 이 곳의 책 셀렉션을 정말 기대했었는데, 서가에 꽃힌 책들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렇지만 내가 일본어를 한 글자도 못 읽는 외국인이라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잡지들이 최신호로 구비되어 있었더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여행객보다는 일본인이 더 많았던 숙소의 풍경도 재미있었다. 이곳을 숙소로 이용하지 않고 500엔의 이용료를 내고 낮 동안 책을 보는 공간으로만도 이용이 가능하더라. 일본 현지인들이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스탭과도 종종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숙소의 엄청난 장점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바로 아래에 스타벅스가 있고, 그 옆엔 편의점도 있다는 것. 

샤워하고 내려가 스타벅스 바닐라 라떼를 사 와서 자리를 잡았다. 행복한 순간이다. 


읽겠다고 나름 책 한 권을 가져왔지만, 열 장도 읽지 않은 채 허세용으로 전략해버린 '지적자본론'. 

나는 이 숙소에 묵는 것 말고는 여행 일정을 하나도 짜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을 짜야 했다... 






등 뒤에 커다란 쿠션을 대고 모노클에서 나온 도쿄 여행책을 보았다.






저녁에 도큐핸즈에서 산 노트와 투명 테이프를 꺼내 영수증 정리도 시작했다. 세세하고 어여쁘게 할 의욕은 없고, 그냥 노트에 테이프로 찍찍 붙여 놓기만 했다. 

그나저나 저 테이프의 커터기는 지그재그 날이 다른 것 보다 얇고 정교해 컷팅면이 훨씬 깔끔해 매우 만족이다! 보자마자 2개 샀지. 






밤이 깊어질수록 자리잡고 앉아 책 읽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잠자리에 들 편안한 복장으로, 각자의 간식거리를 먹기도 하며 이 밤을 즐기는 모습. 침실이 30개 정도라더니 정말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보이는 소파 자리 말고도 내가 앉은 쪽의 좌측에도 소파 공간이 넓게 있다.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가며 일정을 짜느라 꽤 시간이 늦어졌다. 어느새 이 공간에는 나와 한두 명 밖에는 남지 않고 모두가 잠자리로 들어갔다. 

새벽 1시 가까이 되었던 것 같다. 나도 내일을 위해 자야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보이는 내 잠자리. 






콘센트도 있어 충전이 가능하고, 옆에 씌인 것처럼 저런 것들도 판매하는데... 이어플러그를 왜 파나 했건만...  






빳빳하게 잘 접힌 침구를 펼쳐 깔고 자리에 곱게 눕기 전의 풍경. 정말 아늑하고 좋았다. 

HAVE A BOOK NIGHT! 문구를 보며 기분좋게 잠든 밤. 



그러나 2-3시경쯤 내 옆인지 아래인지 알 수 없지만 이 공간 전체를 잠식하는 어마어마한 코골이로 인해 잠에서 깬 뒤 한참을 잠을 이룰 수 없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주위 사람들도 잠에서 깼는지 다들 뒤척이는 소리가 났으나 제지하는 스탭이 없어 다들 얌전하게 참아 내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 나는 쪽의 벽을 몇 번이나 쿵쿵 두드려 보았으나 그 남자의 거대한 코골이 소리를 이길 수 없었고 결국 아이폰으로 꽤 시끄러운 음악을 켜고 잠을 청했다. 화나던 순간이었으나, 그 밤의 코골이 재앙은 숙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심한 코골이 환자가 도미토리 혼성룸을 예약한 몰지각한 행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못난 사람.





잠을 설쳐서 그랬는지 아침에 늦잠을 잤다. 어짜피 다음 숙소로 옮기려면 아침 일찍 가 봐야 소용이 없으므로 느긋하게 아침을 준비하기로 한다. 






아래층 편의점에서 사 온 간단한 음식들, 인데 굉장히 아기 입맛의 음식들을 샀었네. 





다들 일찍부터 일어나 숙소를 비워 한산한 아침 풍경. 






북 앤 베드 도쿄의 투숙권. 

저렇게 날짜를 적어 주는 걸 보니 비밀번호는 매일 바꾸는 모양.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날로그틱한 번호 자물쇠는 신기했다. 





이제 가야 할 시간. 


어떤 책들이건간에 책으로 가득한 예쁜 공간에서 놀다 잠드는 것은 정말이지 매력적인 경험임에 틀림없다. 

여행 첫날의 시작을 더욱 특별하고 의미있게 만들어 준 투숙 경험. 이젠 다음 숙소로 옮겨야 하니 체크아웃!





나가는 문에 적힌 이 센스마저도. HAVE A BOOK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