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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도쿄 DAY4. 에비스에서 다이칸야마, 그리고 시모기타자와까지


도쿄에서의 넷째 날. 





넷째 날, 오늘의 첫 목적지는 에비스. 

지하철을 타고 에비수 역에 도착해서 나가는 길. '에비스 스타일' 광고 때문인지 깨끗하고 세련된 기운이 느껴진다. 





도쿄에 와서 본 것 중 가장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빵집 앞에서 너무 귀여운 친구들을 만났다. 닭발컷을 하고 주인을 기다리는 아이들. 





어머나 어머나. 안녕안녕 아는 척을 하니 두 마리는 나를 바라봐 주었으나... 





언제 마주쳤나 싶게 곧바로 고개를 돌려 주인이 들어간 빵집만을 바라보는 아이들.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바라보다 나도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겨울이 오는 듯 추운 기운이 느껴지는 아침. 출근하는 듯 한 사람들도 보이고. 

12월이지만 서울보다 꽤나 따스한 날씨라 여행하기엔 아주 적당하고 좋았다. 





에비스 맥주 박물관에 가려고 왔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시간이 조금 남았다. 

여기저기 조금 거닐어 보기로 한다. 





광장의 길 끝에 있는 거대한 샹들리에도 구경했다. 






샹들리에를 보고 이제 어딜 더 구경할까 몸을 돌렸다가 마주친 곳. 

카페 같은데 왠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MIYAKOSHIYA COFFEE'라는 이름은 처음 보는데, 느낌이 좋다. 가 보자!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이 멋진 커피잔과 설탕통. 

옛날 감성이 느껴지는 '다방' 같은 긴 가죽 의자와 칸막이, 스탠드가 모두 마음에 쏙 들었다. 

마침 아침 햇살도 적당히 들어오고, 잠시 영수증 정리를 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예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미야코시야 커피'. 









기대감이 들게 하는 입구. 






입구를 들어서 계단을 내려가자 웅장한 로비가 드러난다. 더욱 기대감이 증폭된다. 







일단 왔으니 박물관부터. 첫 에비스 맥주 병과, 양조장의 흑백사진으로부터 시작하는 에비스 맥주의 역사. 



이 거대한 에비스 맥주 박물관은 박물관보다는 체험관의 성격이 강한 듯 하고, 그래서 박물관의 규모는 기대했던 것 보다 작았다. 

물론 단일 품목으로서의 에비스 맥주의 역사를 엿보기에는 모자라지 않고,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가볍게 관람할 수 있는 적당한 규모라는 생각이 든다.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생각했던 것 보다 여유롭게 관람했다. 






이런 부분들이 좋았다. 나쯔메 소세키의 소설에서 에비스 맥주가 등장하는 부분을 펼쳐 둔다던지... 






'맛의 달인' 에서 에비스 맥주가 나온 부분도 이렇게 펼쳐 두고 말이다. 

맥주와 함께 즐기던 안주를 소개하면서 이어진 부분인데, 맥주와 즐기는 음식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 속에 스며든 맥주까지 자랑하는 부분이 센스있게 느껴졌다. 







기념품 샵의 물건들은 꽤 많았는데, 나름대로 물건들이 다 괜찮았다. 

맥주와 연관된 상품들도 잘 골랐고, 소싱된 물건들에도 정갈하게 로고가 들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건 꼭 사야 해!' 할 만한 상품은 없었지만, 만약에 하나 고른다면 그건 맥주잔이 아닐까 싶다. 맥주 박물관(체험관)에서 가장 주력 상품을 내세운다면 맥주, 혹은 맥주를 따라 마시는 잔일 테니깐. 그래서 다양한 크기의 유리잔이 있었다. 그리고 맥주와 함께 하는 작은 안주거리들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은 상태이지만, 맥주를 체험하지 않고 가면 후회할 것 같았다.

테이스팅 살롱으로 가서 자판기에 돈을 넣고 맥주를 고르면 나오는 에비스 코인. 






코인을 들고 직원에게 가서 맥주를 고르면, 고른 맥주에 따라 다른 색상의 종이 컵받침과 맥주를 준다. 센스! 







살짝 빈 속에 맥주를 먹으니 얼굴이 금방 벌개지는 것 같아 반도 마시지 못했던 에비스 맥주.

내 옆에 앉은 턱수염 힙스터 아저씨가 너무 맥주를 홀짝홀짝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혼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이 시간이 꽤 운치있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차마 이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하고 점심 식사 장소를 검색해 본다. 






점심 식사 장소는 안전하게 책에서 골라 둔 라멘집으로. 

구글맵을 의지해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걷기 시작했는데, 골목골목 굽이굽이 꽤 걸었다. 






라멘집 '아후리(AFURI)'에 도착해 한 10분 정도 기다린 후 먹을 수 있게 된 유자라멘. 

내가 막 자리에 앉으려는 찰나, 아까 에비스 테이스팅룸 옆자리에 앉았던 턱수염 아저씨가 내 뒤의 줄 끝에 섰고, 슬그머니 눈인사를 교환했다. 

저 먼저 먹고 갑니다- (매우 맛있었음!) 







배가 부르니 씩씩하게 구글맵을 보면서 다이칸야마로 걸어 왔다. 

오는 중, 딱 봐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 쇼핑 단지 '로그로드(LOGROAD)'발견. 트렌디하고 멋진 샵들이 단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커피 한 잔 하고 갈까 무척 고민되던 예쁜 디자인들. 

하지만 만석이라 자리가 없어 고민은 금새 끝났고, 아쉽게 여기저기를 구경만 하고 샵을 나왔다. 






크지 않은 건물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잘 관리된 식물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는 휴식 공간이 자리한, 

굉장히 여유로워 보이는 이미지를 가진 쇼핑단지였다. 물론 주말이 되면 이곳도 매우 북적북적 하겠지만. 






또 걸어서 걸어서 드디어 이곳에 왔다. 다이칸야마 T-SITE. 

책에서만 보던 그곳에 왔구나. 왠지 나만 빼고 다 와 본 듯 했던 이곳. 






그리고 그렇게 글과 사진으로만 보았던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당연히 이곳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라떼를 마셔야겠다 다짐하고 걸어왔건만,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주말처럼 붐비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은 썩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 커피를 포기하고 서점을 둘러보았다. 


역시 정갈하고, 잘 만들어진 젊은 분위기의 서점.

왜들 그렇게 따라하고 싶은지도 알 것 같고. 






특별 코너 같은 경우엔 이렇게 원래 위치한 책장들과 전혀 위화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만들어 놓은 센스가 돋보였다. 

이 정도 디스플레이 센스면 패션 샵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듯 한... 


갑자기 교보문고의 삼환재, 구서재 같은 공간이 자연스럽게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창가이면서 어쩡쩡하게 남는 공간, 그러나 정말 딱 이렇게 앉아 책 보기에 안성맞춤인 공간들. 햇살이 적당히 드는 낮에는 이 자리가 얼마나 더 예쁠까. 

책과 문화가 정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이 이런 모습이구나 감탄, 그 많은 칭찬들이 정말이구나를 확인. 


여행으로 온 건데도, '다음엔 햇살 좋은 낮에 와서, 다음엔 커피를 마시고 싶다' 라는 '다음'을 다짐하게 되는 공간이었다. 







츠타야 서점을 구경하고 나오니 저녁이 다가와 어스름이 깔려 버렸다.

다이칸야마의 다른 곳도 더 구경하고 싶은데, 여기저기 다 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계획한 것 보다 항상 더 구경하느라 늘 늦어진다. 하나라도 더 보려는 욕심 때문에. 





백화점을 지나치면서 보았던 양말 브랜드인데, 매장이 있기에 들어가 한참을 구경하고 선물과 내 것을 사들고 나왔다.

만져 보았을 때 이렇게 보들보들한 양말이라니, 왠지 이 양말을 신으면 소공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일 것만 같은 그런 양말. 






그 옛날에 왔을 때도 있었던 봉쥬르 레코드는 아직도 있구나. 


십년 전 다이칸야마에 왔을 때 나를 가장 흥분하게 했던 곳은 BEAMS-T 였다. 당시의 나에겐 정말 비쌌지만, 좋아하던 일러스트레이터의 티셔츠를 사고 소중하게 들고 돌아왔던 기억. 빙글빙글 돌아가는 매대와, 세심하게 프린트된 그래픽 티셔츠들, 그 모두에 열광했었던 그 때. 여전히 그 위치에 있어 지금 가 본 BEAMS-T에서는 아무 것도 갖고 싶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티셔츠 좋아하는 그 취향이 변한 건 아니라서. 오히려 당시 꽤 다양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던 BEAMS-T가 좀 더 한쪽으로만 쏠린 느낌이랄까.



다시. 걸어걸어... 




걷다 보니 다시 모자가게 카시라 앞으로 왔다. 

모자 구경하는 주인을 기다리는 멋쟁이 강아지가 있네. 불러도 관심 없는, 멋쟁이 야상 입은 푸들이. 

 





그러고 보니 저녁을 먹지 않은 채로 구경하고 있었다. 주위에 저녁을 먹을 만한 곳을 찾다가 결정하지 못한 나의 눈에 띈 타코야끼 집. 

조금 쌀쌀했지만, 금새 먹어치울 타코야끼 네 개를 주문하니 이렇게 깜찍하게 나왔다. 


타꼬야끼를 먹으려다 계산대를 보니 뭔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으니... '라무네' 라고 씌인 음료수. 

나중에 알고보니 나만 빼고 다들 먹어 본 것 같은 이 음료수, 나는 이날 처음 봤다. 





그래서 라무네도 추가로 계산 후 가져와서 타코야끼와 함께 순식간에 먹어버릴 수 밖에 없는 아쉬운 저녁, 아니 간식이라고 하자...  

짧게 간식을 먹고 나니, 다이칸야마를 더 봐야 할 지 계획대로 다음 이동을 할 지 고민이 된다. 

매일 밤 그렇듯 다음 일정을 감행하기엔 좀 늦은 듯 하고 이대로 집에 가기는 아쉬운 시간이 반복된다. 





그렇다면 아쉬워하지 말고 그냥 계획대로 다음 목적지로 향해 보기로 한다. 조금이라도 보고 오면 되니깐. 

지하철을 타고 지유가오카로 왔다.  






새까맣게 밤이 되어버린 지유가오카를 걷다 보니 느껴지는 스벅 향기... 

나를 유혹하는 스타벅스의 향기, 그런데 여긴 왠지 좀 색다르다. 로고만 달고 있지 여느 개인 카페같은 느낌. 

다른 샵 구경을 안 하더라도 여긴 가야겠다 싶어서 들어섰다. 





그리하여 지유가오카 스타벅스 리져브점. 

주문을 받는 방식은 동일하나 직원분이 커피를 타 주시는 모습, 유니폼 대신 각자의 멋대로 옷을 입은 직원들 풍경 모두가 색다른 스타벅스. 





인테리어와 각종 가구들도 다른 스타벅스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트렌디하게 곳곳에 들어선 식물들과 지금 유행하는 느낌을 그대로 따른 듯 한 인테리어. 화장실까지도 일반 스타벅스 또는 한국의 리져브 매장과도 다른 모습이라 인상적이었다.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특별 지점인가? 아참, 가격 또한 일반 스타벅스보다 조금 높았었다.  





컵 또한 이렇게 다르다. 라떼아트도 해 주시고...

갑자기 늦어진 밤의 일정을 빡빡하게 소화하느라 지유가오카로 달려왔는데, 조금 마음을 놓고 편안하게 다독여 본다. 늦은 밤에 왔으니 그냥 이렇게 커피 한 잔 하고 돌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굳이 뭘 찾아서 다 구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커피를 다 마시고 나온 지유가오카의 밤거리. 

술집 가득한 밤 길이 왜 이렇게 깨끗하니. 사진으로 보니 더욱 게임 속 공간 같이 느껴진다. 



밤길을 걸어 핸드폰 검색을 해 보니, 한 군데의 샵은 보고 갈 수 있는 시간이 되겠다 싶어 다시 발걸음을 총총 옮겨본다. 




그래서 도착한 'TODAYS SPEACIAL'. 여기가 바로 그 '마이보틀'의 원산지라는. 

생각한 것 보다 매장이 굉장히 커서 또다시 이 늦은 시간에 마음이 꿈틀꿈틀. 뭔가 많이 사고 싶어지면 어쩌지, 시간은 없는데. 





우리나라에 최근 많이 생긴 생활잡화점에 있는 트렌디한 일제 물건들은 다 여기에 있는 듯 했다.

뭔가 구매욕이 막 솟아오르는데 째깍째깍 다가오는 마감 시간 때문인지 이상하게 뭔가 손에 잡히지 않던 그 때, 





무지개빛 색색깔로 펼쳐놓은 LAGUIOLE(라기올) 커트러리 시리즈에 괜히 마음이 동했다.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세트로 갖고 싶지만 요리도 하지 않는 내게 그건 좀 과하고, 작업실에서 평소 사용할 포크 몇 가지 색상을 골라 계산대로 갔다. 





포크 몇 개를 샀을 뿐인데 봉지가 왜 이렇게 큰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포크를 과대포장해 줬을 테지... 



그리고 지유가오카에서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놀다가 신주쿠로 돌아오면 늘 12시가 가까워진 시간이 되고, 매일 밤 그 시간에 문을 연 곳은 편의점 뿐이었다. 

특히나 오늘은 저녁부터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열심히 돌아다닌 터라, 매우 허기진 귀가길.   



그 허기짐 때문인지 무슨 변덕인지 모르겠지만... 평소 가던 패밀리마트 말고 세븐일레븐엔 뭐 더 맛있는 것이 있나 궁금했다. 

세븐일레븐에도 가서 샅샅이 구경하고 집어온 반숙란과 계란만한 종이컵에 담긴 미니 콩샐러드. 겨우 이거 두 개 골랐나 싶겠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은 좀 더 패밀리마트였을 뿐. 





다시 패밀리마트에 가서 집어 든 몇 개의 간식거리들. 

제대로 밥 안 챙겨 먹고 야밤에 매일 이렇게 먹었으니 그렇게 돌아다녀도 살이 더욱 찔 수밖에 없었던... 

도쿄의 넷째 날 밤도 이렇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