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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도쿄 DAY5-1.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의 'JENKKA' 프로모션과 신나는 백화점 탐험


도쿄 여행 다섯번째 날. 


이 글과, 앞으로도 이어질 여행기를 쓰기 위해 사진 몇십장을 모두 편집해 놓은 것이 올해 초가을의 일. 올해를 열흘 남겨둔 지금에야 이어 쓰는 이 포스팅, 올해가 가기 전에 몇 개라도 마무리하고 싶다. 그만두기는 싫다. 내 기록은 소중하니까... 그리고 이 때의 즐겁고 재미나게 본 모든 것들을 기억이 아련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기록해 둬야지.





다섯번째 날은 원래 호텔을 바꾸는 날이었다. 남은 2박 3일은 도쿄 우에노 역 근처의 '호텔 그라피 네주 Hotel Graphy Nezu'를 예약해 뒀었는데, 아무래도 현재 묵는 숙소, '호텔 아파트먼트 신주쿠'의 위치가 정말 마음에 들어 옮기기가 싫어졌다. 위치 뿐 아니라 근처 편의점 분포도까지 모두 마음에 쏙. 


그런데 아침에 인터넷으로 이 숙소의 빈 방을 검색해 보니 빈 방이 있어서 카운터에 가서 멋쟁이 직원에게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영어로 설명을 했고, 남은 일정을 묵을 새로운 방을 얻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도 의문) 게다가 새로운 방은 지금까지 묵었던 방과는 달리 무척 마음에 드는 비주얼. 아아. 안 옮기길 정말 잘 했다. 아침부터 행복이 밀려오는 날이었다. 





기분좋게 방의 짐을 모두 옮겨 두고, 발걸음 가볍게 숙소를 나선다. 




오늘은 내 숙소가 위치한 신주쿠를 둘러보기로 계획했다. 숙소에서 경쾌하게 걸어서 이세탄 백화점에 도착. 



신주쿠엔 백화점 몇 개 있고 잠깐 둘러보면 되겠지... 라 생각하며 오전의 일정으로만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이날의 신주쿠는 나에게 볼거리 천지였다... 


오전 10시, 이세탄 백화점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사람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근데 백화점 건물에 뭐가 저렇게 덕지덕지 붙어 있나? 





뭐가 덕지덕지 붙어 있나... 하고 가까이 보게 되었다가 나는 이 그래픽들에 빠져들게 된다. 뭐지, 이거?





고풍스러운 옛 건물과는 달리 이 일러스트들, 너무나 현대적인 느낌. 힙한데 이거?  




게다가 윈도우 안에 들어가 있는 조형물들은 단순한 모터들을 이용해 움직이는 모습. 또 그래픽 사이사이에 이세탄에서 판매중인 각종 물건들도 함께 어루러져 있는 디스플레이. 





이 사랑스러운 지구님은 눈썹이 슬며시 움직이고, 지구님을 둘러싼 많은 아이콘들이 지구를 돌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일러스트들의 스타일이 모두 제각각이다. 처음엔 다양한 스타일로 그렸네- 생각했던 게... 아무래도 너무 많다. 





그래, 아무래도 여러 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합작인 것 같은 이 디스플레이 그래픽들. 그나저나 건물을 돌면 돌수록 새로운 그림들, 새로운 스타일의 일러스트가 나타난다. 도데체 몇 명이 참여해서 그려낸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림체가 완전히 다르면서도 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이 풍경을 보니, 이것들을 모으고 배치해서 건물에 입힌 작업자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파격적인 일러스트들을 건물 전체에 두르는 기획을 승낙한 것도 신기해진다. (나, 이세탄에 처음 와봐서 촌스러운 생각 하는 거 아니겠지?)





아우. 한 컷 한 컷 볼 때마다 좋아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세탄 건물 한 바퀴 돌면서 감상하는 이 그림들은 왠만한 전시 관람보다 더 재미났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어쩜 여기까지?!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그림을 이어 배치했고, 건물 외벽에 시트를 붙인 퀄리티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맙소사가 절로 나온다. 백화점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이렇게 행복해하기는 처음이다. 이런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마치 내가 일러스트레이터라도 된 것처럼 얼른 돌아가 멋진 것을 그려내고 싶고 막... 괜히 마음만 설레이고 벅찬다. 마음만. 





나팔바지 입고 분홍 장화 신은 물고기 얘들도 막 움직이고. 아래쪽엔 건어물 디스플레이되어 있고. 





붉은수염 샐러리맨 윈도우에는 덜컹덜컹 움직이는 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다. 한 윈도우에 한 작가의 그림으로만 채운 것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다른 작가의 그림들을 합쳐서 화면을 구성한 것도 있고, 한 컷 한 컷이 모두 개성있고 다양했다. 





아직 한 바퀴 다 돌지 않았는데, 새로운 컷들이 끝이 없어... 엉엉. 백화점 외벽을 세상 흐뭇한 표정으로 가까이 바라보고 또 멀리서 바라보다가 사진도 찍는 나를 지나가는 일본인들이 힐끗 쳐다보았지만, 다행히 아침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만큼 실컷 감상할 수 있었다. 뜻하지 않은 아침의 전시 감상.





대체 JENKKA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 땐 일단 감상하느라 정신 없었는데, 나중에 검색해 보니 'JENKKA'는 핀란드의 민속 춤이었다. 그래서 이 일러스트 속 주제들이 모두 춤을 추면서 백화점을 돌고 있었던 것. 이 프로젝트에는 50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했다고 한다. 





이번엔 비행기 컨셉. 아까 지하철에서 내리던 애들이 이제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그리고 절묘하게 여행 가방도 디스플레이하고... 




스모 선수들도 흔들흔들 좌우로 움직이고, 앞에 있는 목욕 통도 슬금슬금 좌우로 움직인다. 아이고... 





대체 어디까지 나오는 거냐! 건물을 한 바퀴 다 돌아보니, 창고와 주차장이 있는 일부만 빼고 꼼꼼하게도 배치, 설치되어 있었다.  





이제 다 본 것 같다...


내가 집착하듯 사진을 너무 많이 찍었지만서도 찍지 않은 부분도 많았으니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공을 들여 다양한 작품을 배치한 건지... 대단했다. 하지만 놀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외부 디스플레이 프로젝트이거니 생각하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입구에서 포토부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사진은 자신없지... 가운데 얼굴 맞춰야 하는데 저게 뭐야. 그리고 일본어 못 읽어서 뭔가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나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포토부스의 이 디테일!! 

2차원의 일러스트들을 이렇게 겹겹이 레이어로 세운 것이야 크게 새로운 게 없지만, 그것들이 새롭지 않음을 우려한 것일까? 배경이 되는 식물들을 이어지듯 바닥까지 배치해서 붙여 놓은 디테일. 




포토부스를 지나자... 아... 무서운 사람들. 

평면 일러스트를 이용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는 느낌. 게다가 이 개성 강한 일러스트들을 가지고 나름의 통일성과 규칙을 줘서 디스플레이를 완성한 것이 느껴지는 이 퀄리티. 아름답잖아... 




마네킹에게도 일러스트를 적용해 캐릭터화 시켰는데, 이 부분도 위트있고 재미났다. 배경 일러스트와도 잘 어우러지는 이 풍경, 사랑스러웠다. 나는 이미 이 프로젝트의 팬... 





1층 매장의 끝에는 커다란 대형 현수막과 더불어 천장에 설치된 지구님의 주위를 일러스트들이 빙빙 돌고 있었다. 



이세탄 1층에서는 이것들을 구경하느라 다른 물건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이미 이 디스플레이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마음이 흡족해짐. 



그리고 이세탄백화점의 2층으로 올라가면서부터는 또다시 예쁜 물건들 구경하느라 정신을 빼앗겼다. 2층부터는 1층과 달리 에스컬레이터 앞의 윈도우를 장식하거나 위와 같이 곳곳의 빈 자리에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식으로 1층과는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 




에스컬레이터 앞 윈도우에서 안야 힌드마치 백을 매고 있는 이 풍경 구성도 재미나고... 중간에 끼여 있는 스모선수 좀 보라지. 




그리고 2층부터 꼭대기층까지 나는 구경에 정신을 잃고. 작은 소품들도 몇 개 사면서 행복한 구경의 시간을 보냈다... 행복했지... 






이세탄 백화점의 한 층에선 한국의 백화점들과 다른 구성에 많이 놀랐다. 몇 층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한 층이 전부 기모노와 전통 공예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눈치로 봐서는 기모노 렌탈샵, 맞춤샵, 악세사리 매장 등 기모노를 위한 다양한 매장들이 있었다. 백화점 안에 전통의복을 위한 매장들이 입점해 있다는 것도 놀랍고, 또 한 층을 채울 만큼 다양하게 이 산업이 발달해 있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 전통 의상에 착용하는 장신구의 종류와 스타일이 그렇게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는 것도 충격이고. 조금이라나 한복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그런지 이 부분이 정말 놀랍고 부러워졌다. 


그리고 기모노샵 이외에도 위 사진과 같은 전통 공예품, 수공예품들이 활기차게 판매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저분은 저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주문받은 문구를 넣은 인형을 제작해 주는 것 같았다. 다양한 가격대의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매장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런 것들을 과연 백화점에서 살까? 싶은 생각이 들긴 했는데, 공예품 매장도 한두 개만 있는 게 아닌 걸 보니, 수요가 있으니 매장이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혹은 백화점의 의지이거나. 






이세탄 백화점의 모든 층을 신나게 구경했다. 그리고는 신나는 만큼 쇼핑도 신나고 화끈하게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절제하는 마음가짐으로 몇 가지 소품들을 샀다. 


'북 앤 베드 도쿄'에 있던 soil 발매트의 질감에 반했던 기억으로 soil의 컵받침도 하나 사고, 종이로 만든 눈꼽만한 SIWA의 동전지갑도 구입했다. 할인 코너에 있지만 왠지 할인가격 같지 않고 브랜드도 알 수 없지만 놓칠 수 없었던 가죽장갑도 계산해버렸고, 심지어 어린이 코너까지 구경한 뒤에 친구의 아기를 위한 작은 딸랑이를 샀다. 물론 사고 싶었던 것이 그것들 뿐만이 아니었지만 참고 참아서... 작은 소품들만 샀으니 가벼운 쇼핑백 하나로 끝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점심 먹으러. 

여기는 이세탄 백화점 안에 있는 '레이디스 앤 젠틀맨 카페'.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면 되겠다 싶었다. 





독특한 인테리어를 보니 또 기대가 된다. 이세탄은 정말 신나는 곳이구만. 





시크한 이 카페에는 멋쟁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유독 많았다. 예쁜 모자를 쓴 할머니들, 혼자 와서 식사를 하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있어서 그 풍경이 왠지 좋아 보였다. 나도 저렇게 여유로운 할머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고. 내가 저 나이 또래의 할머니가 되었을 때에 예쁘게 입고 백화점 가서 쇼핑하다 혼자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은 현실이기에. 





식사로 할 만한 메뉴가 많진 않아서 이 파스타를 선택했는데. 느끼해서 힘들었다. 커피와 함께 세트로 묶인 런치세트 중에서 선택했던 것인데, 내가 잘못했네... 피클없이 요것만 먹기가 좀 힘들긴 했지만, 들어올 때의 마음가짐과는 달리 살기 위해 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점심 메뉴 선정은 실패한 듯 했지만,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독특하고 한번 와 볼 만 했다. 





이세탄에서 얼마든지 더 구경하고 놀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음 구경을 위해 이세탄을 나왔다. 신나는 이세탄 백화점 탐방 끝!






그리고, 



말도 안 통하지만 뭔가 어플을 다운받는 이벤트에 참여해서 받은 'life is a gift' 캠페인 볼펜. 스티커 주는 줄 알고 참여했는데, 볼펜을 주어 더욱 기뻤다!!  




장갑은 저런 일러스트 주머니에 넣어 줬다. 어쩌다 포장 코너를 지나는데, 저 일러스트로 된 포장지로 포장을 해 주는 것을 발견! 

저 포장지만 받을 수 없는지 발을 동동 구르다가 도저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내가 산 물건 중 포장되지 않았던 soil 코스터 박스를 포장해 달라고 하고 받은 포장지. 




포장지는 숙소에 와서 바로 풀러 곱게곱게 접어서 가지고 왔네. 별 거 아닌데 그 날은 저 포장지도 얼마나 가지고 싶었던지. 여러모로 내가 저 프로모션을 처음 보고 반해버려서 오타쿠가 되어버린 듯 한 시간들이었다. 심지어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진들을 집요하게 정리하며 즐거워하는 내 모습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