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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도쿄 DAY5-2. 도쿄 화방 세카이도 대탐험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에서 신나게 놀고 나와 향한 곳은 여기. 




바로 도쿄의 대형 화방, '세카이도'. 이세탄 백화점에서 기대 이상으로 즐겁게 놀고 나와서인지 한껏 들뜬 마음으로 입장. 일본에서 로프트나 도큐핸즈가 아닌 '화방'은 처음이다. 





1층에서 수많은 문구사무용품들을 보고 뭔가 사고 싶은 마음이 들썩거리기 시작했지만, 왠지 1층에서 시간을 보내면 윗층 구경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흩어보기만 하고 위층으로. 





세카이도의 층별 구성은 이렇다... 지만 일본어를 읽을 수 없으니 6층까지라는 것만. 6층까지 재미난 것들이 꽉 차 있다는 것만 알면 되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들이 층별로 펼쳐진다. 맙소사. 그림은 그리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이 도구들을 사면 엄청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내 안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숨쉬며 깨어날 것만 같고 어린 시절에 열심히 그리던 그 때의 기운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꿈 같은 기분이 드는 풍경. 




맙소사. 이렇게 많은 스크린톤은 처음 보거니와 현재의 이 시점에 화방에 스크린톤이 꽃혀 있는 풍경도 신기하기 그지없다. 역시 일본이다. 이 코너가 이렇게 크다는 건 아직도 수요가 있다는 뜻일 테고... 대단하다. 




반가운 척 하며 흥분했지만, 사실 나는 만화를 전공했던 사람 치고 스크린톤을 사용해 본 적이 몇 번 없다. 친구들이 쓰는 걸 많이 구경했지...

이제는 손으로 스크린톤을 붙인다는 게 더 이상해 보일 시점에 화방에서 스크린톤을 만나니 기분이 묘했다. 그러고 보니 '중쇄를 찍자' 에서도 미쿠라야마 센세 작업실에선 스크린톤을 사용했지...




파버카스텔에서 나온 만화전용 펜 세트! 




세상에 세상에. 난 분명 혼자였고 입을 꼭 다문 채였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환호와 놀람, 흥분의 연속이었다. 펜촉이 이렇게 다양한 것도 놀랍지만 하나하나 설명을 써 놓은 저 풍경이 귀엽고 친절해서. 개별 설명도 모자라 뒷편 벽에도 귀여운 그림과 함께 설명이 덧붙여 있다. 2015년 초에 마침 펜촉을 살 일이 있어 남대문 알파문구에 갔다가, 예전보다 펜촉의 종류가 훨씬 없어진 걸 보고 놀랬었던 기억도 떠올라 이 풍경이 괜시리 더 애틋해지는 기분도.




펜촉이 있으면 펜대도 있어야지... 그런데 종류 봐. 색색깔로, 다양한 재질로. 그래서 펜대 하나 살 뻔 했다. (참았다. 100% 안 쓸 게 뻔하다...) 





대박대박. 대박대박을 외친 코너. 마스킹 테이프 코너인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풍경은 난생 처음. 

'얇은 마스킹테이프'는 있어 봤자 정말 몇 가지 색 한정, 두세가지 굵기 한정이었는데 이 풍경은... 0.5mm, 1.0mm, 1.5mm... 등등 다양한 굵기를 가지면서 컬러도 여러 개 진열되어 있었다. 게다가 저 깔끔한 케이스 하며. 


아무 쓸 데 없어도 사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건... 마스킹 테이프에 이렇게 흥분되는 마음이라니. 






뭘 봐도 사고 싶다. 다양한 크기와 재질, 색의 데스크매트에 또 반해 이미 있지만. 한국에서 구할 수 없어 보이는 색으로 장바구니에 하나 넣었다. 이건 마우스 패드 용이라고 합리화 하며. 





에스컬레이터 입구에 있던 석고상들. 일본에서 석고상들을 캐릭터화했다는 이미지를 어디서 본 적이 있었는데, 그걸 바탕으로 전시했나보다. 정말 이상한 나라다. 





또 두근거리는 풍경. 이 풍경 속에서 나는 이미 그림 그릴 준비가 되어 있는 아티스트.




이건 또 뭐람. CMYK 물감인가 하고 집어들어 보았다.(자세히 보면 K가 없지만...)





손가락만한 게 귀여워 죽겠는 이건 도데체 뭘까. 파스텔일까. 





뭔지 몰라도 어쨌든 귀엽다. 그냥 작고 통통해서 귀엽고 색깔 많아서 더 귀엽고...





미니 실크스크린 키트가 있어!! 





동양화를 위한 코너. 수채화나 유화 아닌 동양화만을 위한 붓 코너도 이렇게나 거대하다. 서예하고 민화 그리고 싶어진다. 먹도 갈고 싶고...




동양화 물감은 귀엽지 않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매력이 또 가득. 뭐든지 이렇게 색의 종류가 많아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그런 마음이랄까. 





아쿠아 블루를 주제로 한 색이 모여있는 동양화용 고체물감 팔레트. 서양화용 팔레트와 달리 도자 용기에 구성한 센스 하며, 가운데에 정보를 전사해 둔 것도 친절하다. 팔레트의 뒷 배경으로 보이는 낱색 물감들과 색 샘플들이 진열된 모습들도 감탄이다. 





이것은 어린이용 고체물감 팔레트. 뒤에 꽃힌 스케치북은 디자인이 예뻐 눈독 들이다가 한두 번 사서 써 본적이 있다. 종이가 너무 얇아서 나에겐 맞지 않았지만 그저 디자인이 예뻐서... 




이 고체물감 팔레트를 사면 나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것만 같아. 아니, 굳이 나가지 않더라도 책상 위에서 가끔 스케치를 할 수도 있고, 희미해진 그림 실력을 조금씩 되찾아 줄 지도 몰라... 하며 마음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던 팔레트. 지금 생각하면 대체 왜 사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 순간엔 또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알 수 없는 나의 물욕. 





윈저앤뉴튼의 잉크가 패키지로 묶이니 마치 티 패키지 같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사랑스럽다. 홀베인 잉크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 부러워했던 옛날옛날 먼옛날이 잠시 스쳐간다.





아... 이것은 붓에 물을 적셔 연습하고 또 습기가 날아가면 또 쓸 수 있는 도구인 듯. (그저 짐작...)





세카이도 화방의 가장 윗층은 액자 층이었다. 그런데 무슨 액자 전문샵 수준... 




액자 정말 많아서 다 구경할 수도 없고 그저 놀라기만 할 뿐... 




액자들 사이사이 있던 거울로 나도 한 컷 찍고. 





에스컬레이터 사이사이엔 이렇게 이상한 내용물들이 있는 밴딩머신이. 저건 플라나리아 아닌가... 저걸 캐릭터화하다니, 정말 별 걸 다 한다. 




독버섯도... 





당장 쓰지 않을 게 뻔하지만, 마음이 정말 들떠서 살 수 밖에 없었던 여러가지 물건들을 결제하고 세카이도 쇼핑백이 하나 추가되었다. 




아무래도 이곳은 다음에 오면 더욱 많은 것을 사 갈 것만 같은 곳이다. 이세탄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한두시간 더 놀다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밖이 벌써 어두컴컴해져 버렸다. 분명히 난 이세탄에서 점심 먹고 나왔던 것 같은데... 




해가 짧아져서 그런지, 세카이도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아서인지 밖이 칠흙처럼 까맣다. 




배가 좀 고픈 것 같은데... 이대로 일정을 마칠 순 없고, 계획대로라면 다음 행선지는 긴자의 이토야다. 시간이 빠듯하니, 일단 저녁식사는 뒤로 미루고 긴자로 가야겠다. 



앗,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당고집이. 당고를 먹어보겠다. 

이곳을 발견하고 나서 핸드폰으로 여행책의 신주쿠 부분을 찍어놓았던 것을 보니 여기도 당고맛집일세. 


'오이와케당고혼포' 라는 이 당고집은 300년 넘게 당고만 만들었다고...




이것도 예쁘고 맛있어 보이니, 당고와 찹쌀떡 같은 이것(이름 모름)을 먹어보겠다. 




당고는 한개만. 




포장된 당고와 포장된 떡을 또 포장해 준다. 역시 과대포장의 나라! 

시간도 없고 배도 고프니 일단 당고집 벤치에 앉아 당고를 후루룩 먹어버리고 길을 나선다. 





당고집을 나와 마지막 코스 빔즈를 구경하고 나오니 이세탄 백화점의 풍경도 밤이 되어 버렸다. 신주쿠에서 계속 놀아도 더 재미난 볼거리가 있을 것 같았지만, 아쉽지만 계획을 위해 긴자로 간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