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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도쿄 DAY5-3. 긴자 이토야 대탐험


도쿄 5일째의 마지막 일정은 긴자의 이토야를 구경하는 것.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폐점시간이 되기 전에 얼른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살짝 생기기 시작했지만, 간판을 보니 또 기대감이 가득해진다. 




이토야의 층 구성. meeting과 fine paper, craft, farm 이 눈에 들어온다. 




이토야의 아이덴티티 컬러로 만들어진 펜들. 




지금껏 봤던 도큐핸즈나 로프트와는 확연히 다른 구성이다. 아주 깔끔하고 세련되게 잘 정돈되어 있으며 물건들 또한 무조건 다양한 종류가 구비된 것이 아닌, 세심하게 셀렉션한 상품들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데스크용품들이 있던 층. 취향은 없지만 적당한 센스와 허세를 부리고 싶은 사람도 진열된 걸로만 골라가면 실패확률 없을 것 같은 세련되고 예쁜 물건들. 


세카이도에서는 다양한 재료들로 인해 내가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흥분되고 감탄이 나왔었다면, 이토야에서는 이미 잘 만들어진 세련된 물건들을 보며 창조에 대한 자신감이 왠지 수그러드는 느낌과 함께 수려하고 섬세한 디자인들에 대한 감탄이었다. 




여행용품 층. 





도쿄에 와서 처음 묵었던 '북앤베드 도쿄'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에 처음 만나게 되었던 그 북램프, 며칠 후엔 21_21 디자인 사이트의 계산대에서도 만났던 그 북램프가 여기에도 있다. 인터넷에서 이미지로 봤을 때 보다, 실제로 보니 더욱 만듬새가 탄탄했고, 조명을 켰을 때의 따스한 느낌이 좋았다. 





아아, 여기는 펜&잉크 바. 직원들 뒤쪽 벽에 매달린 캐비넷(?) 구성도 예쁘고 이 코너 참 귀엽다. 



그리고 대망의 'FINE PAPER' 층에 올라왔다.



아아, 아름답다. 이 풍경. 처음에는 그냥 샘플 종이를 한 장씩 진열했거니 했는데,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하나씩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샘플이 꽃혀 있다.





게다가 샘플지에 꽂아 사용하는 저 투명 홀더의 디자인도 정말 세심하고 깔끔하다. 종이의 모서리를 감싸주면서 살짝 둥글린 부분, 최대한 샘플지의 많은 부분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또록 공간을 충분히 남겨두었고, 샘플지를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앞뒷면의 모습. 이 벽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흑색에서 시작해 백색의 다양한 샘플들을 보여주고 다시 컬러용지로 넘어오는 부분. 종이 판매를 이토록 세련되게 구성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종이를 사는 공간이 마치 백화점 스카프 쇼핑 코너 같은 분위기. 유리 진열장 안에 진열된 것들은 하나하나 아름답고. 




지저분한 이름표 스티커나 바코드, 떼었다 붙였던 티가 성한 가격표 하나 없이 최대한 간결한 모습으로 진열되어 있는 모습들이 이렇게나 아름답다. 이건 마치 디자이너의 꿈 속에 나올 법한 진열인데. 




벽에 진열되어 있던 종이들과는 또 다른 종이들. 




이 색지들을 감싼 홀더의 디자인은 벽에 붙어있던 홀더들과는 또 다르다. 어딘가에 걸어 사용하는 용도가 아니라, 꽂아서 사용하는 용도에 맞게 디자인된 홀더. 





으아아아. 색지별로 다양한 봉투를 만들어 두고, 이 크기별 봉투를 구매할 수 있다. 서랍을 열었을 때 느껴지던 그 감탄. 




FINE PAPER층에서 잔뜩 전율을 느끼고 감탄한 후 위층으로 올라왔다. 여기는 CRAFT 층. 





이거이거 언제 적 색종이람! 추억의 학종이도 있다. 그런데 가만 보다 보면 세상 쓸데없이 색종이가 사고 싶어진다... 




어린이스러운 색종이도 있지만 이처럼 어른을 위한 것 같은 색종이도 있단 말이다.





만들기를 위한 층에는 아랫층과는 또 다른 구성의 색지 코너가 있다. 같은 색상과 질감 내에서 크기별 종이, 다양한 봉투 디자인을 골라 구매할 수 있다. 




탐나는 블루 페이퍼. 종이류로 된 뭔가를 사고 싶다 생각했지만, 결국 구경하기에 바빠 이런 종이류는 구입하지 않았다. 보는 것 만으로도 신선한 충격. 




연말이고, 붉은 원숭이의 해를 앞두고 있어 어딜 가나 원숭이천국이었는데 여기도 그러하다. CRAFT 층은 원숭이로 마무리! 



다음 층은 'FARM' 이었고, 그 위층이 레스토랑이었다. 내려갈까 하다가, 대체 여기에 왜 농장이 있는걸까 싶어서 한번 가 보기로 한다. 



진짜 농장이 있었다... 마치 내가 갇혀있던 빅브라더의 세계에서 탈출해서 이 풍경을 구경하는 것 마냥-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넓은 공간에 이 식물 선반들과 모니터 몇 개만 가득했다. 이곳에서 키운 식물들을 이용해 위층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는 모양이었다.  





흙은 보이지 않고 온통 새하얀 선반에서 채소들이 자라고 있어 정말 미래농장 보는 느낌. 신기한 구경 잘 하고 간다. 




농장까지 올라가 구경하고 내려오니 이토야의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 역시 한가득이지만, 놓치지 않고 드디어 구경 와 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산 것은 아니고...)





긴자의 미츠코시 백화점에도 오전에 나를 신나게 했던 'LIFE IS A GIFT' 캠페인 배너가 걸려 있길래 반가워서 찍어 두었다. 왜 여기에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많이 늦었지만 이제 저녁식사를 고민해볼까 하던 차, 눈앞에 나타난 와플집. 




긴자의 와플집 '마네킨' 또한 손꼽히는 간식 맛집인데, 매우 배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뭘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와플을 먹으며 결심했다. 오늘 하루 정말 많이 걷고 힘들었으니 저녁을 제대로 먹으리라고. 그래서 여행책에 나왔던 스시집 중 하나를 지도에서 찾아 가기로 마음먹고는 다시 걷기 시작. 


술 취한 아저씨와 짧은 치마와 짙은 화장의 여성들이 가득한 긴자의 밤거리를 조금 긴장하며 걸었다. 스시집이 좀 멀리 있어서 불안했지만, 시간이 많이 늦었던 탓에 늦게까지 문 여는 다른 곳을 찾지 못해 선택의 여지 없이 구글 지도에 의존하여 걸어보았다. 




어두운 골목들을 걷다 보니 이렇게 환한 길이 나왔다. 스시집에 사람이 많더라도 어딘가에서는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의 모습.




이 길에 위치한 저 스시집. 긴자 '우메가오카스시 미도리'. 사람들이 길게 줄 선 모습의 사진들을 봐서 걱정했는데,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남은 자리가 있다. 




늦은 시간이지만 테이블은 관광객들로 꽉 차 있고, 혼자였던 나는 일본 아저씨들 옆에 자리를 잡았다. 





어두운 밤거리를 긴장하며 걸어 온 보람이 있다. 먹음직스러운 스시들을 한 판 놓고 있으니 벌써 배부르다. 




양옆으로 나이많은 아저씨들 사이에 앉아 있어서 측은해 보였던 걸까. 귀여운 직원분이 계속 친절하게 미소를 보내며 잘 챙겨주어서 아주 흡족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배 부른 상태로 다시 왔던 긴자의 밤길을 되돌아 지하철을 타러 간다. 여전히 어두운 밤거리지만, 배가 부르니 좀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긴자에서 신주쿠로 다시 돌아왔는데, 늘 내리던 방향이 아니라 신주쿠 가부키쵸 방향으로 나왔다. 아침부터 굉장히 많은 구경에 분명 피곤하긴 했는데, 저녁 먹고 충전이 되었는지... 더 보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부키쵸를 살짝만 구경하기로 한다. 





여기가 바로 그 돈키호테! 

내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 뜷고 구경하기도 힘들었지만, 물건들은 다소 저렴하고 가벼운 물건들이 대부분이라 스윽 보고 금새 나왔다. 




그야말로 밤의 거리구나. 이 길을 걸어 가부키쵸 풍경을 구경하고는 숙소로 걸어서 돌아왔다. 





맘에 쏙 드는 새로운 방에 돌아와 개운하게 씻고, 어제 사 두었던 요거트 음료를 마시며.




세카이도에서 산 것들 중 파란 색 물건들만 골라 셋팅컷을 찍고 즐거워하다 잠이 들었다. 길고 즐거웠던 다섯번째 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