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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상하이 day 1-1. 여행의 목적, 그리고 난징동루 이니스프리에서 시작된 상하이 여행


8월, 서울의 온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기만 하던 그 시기에 떠나게 된 상하이. 

여행을 결정하고 떠나기까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갑작스러운 여행이었다. 아쉽게도 며칠 후 새로운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어 2박 3일이라는 짧은 여행을 하게 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도 엑기스만 쏙쏙 즐기고 온 여행이었다. (떠나기 직전에 그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더욱 아쉬운 상황이 생겼지만...)



그리고 이번 여행은 동행자가 있었다. 그리고 떠나게 된 계기 역시도 2016년 상반기 내내 함께했던 프로젝트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 여행의 동행자인 정현언니(a.k.a. @어나더언니)는 #어나더상하이 라는 센스있는 태그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에 상하이 여행을 업로드했다. 나는 여행이 모두 끝난 이후, 집에 돌아와 천천히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고, 내 이름을 붙인 #상희상해 로 정리. 나름 相喜上海라 뜻풀이하면 '서로 즐거운 상하이'란 뜻도 된다고 우겨야지. 


참고로, 나는 2박 3일을 여행했지만 정현언니는 내가 먼저 돌아간 이후에 다시 본인의 가족들과 합류해 며칠 더 여행을 즐기다 왔기 때문에 더욱 긴 상하이 여행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상하이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를 풀어보자면... 


우리는 한 팀이 되어 2016년 4월 30일 오픈한, '이니스프리 마이쿠션ATM' 팝업스토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부터 기획, 제작 및 설치부터 종료까지 함께 했다. 가로수길에서 약 3달간 열린 이 팝업스토어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으며, 국내 반응에 힘입어 해외용 '마이쿠션ATM' 팝업스토어 준비를 이어 하고 있었다. 



가로수길에서 열렸던 마이쿠션ATM 팝업스토어. 지금 떠올려 보니, 딱 작년 이맘때 즈음 이 팝업스토어 기획을 시작했었을 것이다.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니스프리의 '마이쿠션' 제품 관련한 디자인 제안을 시작으로 이니스프리 작업을 시작했고, 곧이어 이 팝업스토어의 기획부터 실행, 철거까지 모두 함께했으니 떠오르는 감회가 남다르다.




이 팝업스토어의 핵심은 바로 이 ATM 프로그램이었다. 6가지 피부타입별 쿠션 내용물, 2가지 퍼프 타입, 100가지 쿠션 케이스를 골라 이름을 입력하면 나만의 '마이쿠션 주문서'가 출력되는데, 이 때 함께 선물 쿠폰이 딸려 나오게 된다. 이 주문서를 매장으로 가져가 당첨된 선물도 받고, 제품 테스트 후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 


마이쿠션ATM 팝업스토어의 공간과 관련된 디자인들은 모두 디자인 매뉴얼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서 디자인해 주지 않아도 각 나라에서 적용이 가능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각 나라별 언어에 맞게 재제작해야 했다. 




가로수길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동안 우리는 해외 이니스프리 팝업스토어를 위해 몇 가지 버전으로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특히 기대되었던 곳은 아무래도 중국. 매장도 가장 많고, 규모도 클 예정이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에 더욱 신중해야 했다. 



중국버전 마이쿠션ATM 프로그램 마지막 테스트 하던 날. 


중국의 담당자와 실시간으로 연결해 프로그램 사용법을 설명하고, 원격으로 조정하다 문제가 나서 고생했던 부분 등등 같은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용하는데도 기본 언어가 다른 탓에 수월하진 않았지만, 모두의 고생 끝에 프로그램은 완성되었다. 막판에 한국어로 녹음되었던 멘트를 중국어로 다시 녹음해 삽입하니 그제야 더욱 실감이 났다. 





프로그램 테스트 중인 어나더언니. 





마지막 점검 날. 우리가 달려가서 고쳐줄 수 없는 외국에 설치되는 것인지라 에러가 나거나 실수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테스트에 테스트를 걸쳐 완성된 중국판 마이쿠션 ATM 프로그램은 중국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우리는 완성될 풍경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매뉴얼을 반영해 디자인된 공간 디자인이 공유되고, 상하이에서 어떤 규모로 런칭될 것인지 알려주는 메일을 받자 더욱 실감이 나면서 궁금증도 더해갔다. 이니스프리에서의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출장이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저녁, 아니 상하이에서 이니스프리 행사가 열리기 일주일 전 정현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상하이 갈까?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상하이에 가게 된 것이다. 우리가 만든 결과물을 구경할 겸, 여행도 할 목적으로 말이다. 

특히 둘 다 갈까 말까 하던 고민의 상황에서 정현언니가 찾아 낸 멋진 호텔은 그 고민을 한방에 끝내게 해 주었다.




여행이 결정된 다음날 부랴부랴 중국 비자를 만들었다. 이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2번 방문용 비자를 받았던 것이 다음 중국행의 계기가 되기도. 





여행을 결정한 지 일주일 후, 우리는 상하이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나는 베이징에 한 번 가본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상하이는 처음이다. 나는 지난 일주일을 조금 정신없이 보낸 터라 상하이에 대한 정보나 검색을 하지 못한 채로 비행기에 탔고, 급히 주문한 '상하이 100배 즐기기' 책도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야 가방에서 꺼냈다. 


주섬주섬 '상하이 100배 즐기기' 책을 꺼내는 나를 보던 정현언니가 말을 꺼냈다.

"뭐하러 책을 샀어, 내 책도 있는데." 


그러면서 꺼낸 정현언니의 책은 말 그대로 '본인이 쓴 책' 이었다. 아, 나는 몰랐었구나. 언니가 무려 상하이 여행책의 저자였다는 것을 이 비행기 안에서 알게 되었다. 심지어 10년 전 그 때에, '쇼핑 앤 더 시티' 라는 TV프로그램의 상하이 편을 위해 거의 한 달 간 상하이에 머물렀었다는 이야기까지... 나는 가보지 못한 상하이를 이미 다녀와 본 동행자가 있어 좀 든든한 정도였는데, 이제 든든할 뿐만 아니라 얼마나 더 재밌게 보게 될 지 기대감이 충만해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3일 중 어느 일정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언니는 본인의 책을 펼쳐서 잠시 기억을 더듬는가 싶더니, 푸동 공항에 내려서 숙소에 가는 경로와 오후의 일정을 순식간에 나에게 제안했다. 당연히 그 일정에 찬성했다. 나는 아직 상하이 지도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상태인걸. 



처음 보는 패키지로 포장된 기내식도 먹었고. 새벽에서야 짐 싼다고 허둥거리다 못 잔 잠도 보충하다 보니 상하이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상하이 푸동 공항에 착륙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찜통 더위가 예상되는 하늘이다. 




푸동 공항의 '상하이 블루'들. 



푸동 공항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상하이 방문이 처음인 나를 배려해 선택한 코스인 '자기부상열차(maglev)'. 숙소가 있는 난징동루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면 1시간이지만, 자기부상열차를 이용하면 7분 안에 도심까지 갈 수 있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즐기며 자기부상열차를 타는 짧은 시간. 

그리고 7분간의 하늘여행이 끝나고 '롱양루' 역에 내려 지하철을 이용해 우리 숙소가 있는 난징동루까지 가기로 한다. 




기계도 눌러보고 헤메다가 결국 개찰구에서 구입한 중국 지하철 교통카드. 조금 일본스럽기도 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교통카드. 





지하철을 타고 우리의 목적지인 난징동루 역에 내렸다. 처음 마주하는 상하이 도심의 풍경. 

넓고, 크고, 깨끗하고, 반짝이는 느낌의 난징동루. 





역을 나오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이니스프리 플래그쉽 스토어.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그 상하이 이니스프리 매장은 상상한 것 보다 크기도 크고, 위치 선정도 훌륭했다. 





이니스프리가 계기가 되어 온 여행이니만큼 우리는 호텔에 가기 전 이니스프리 플래그쉽 스토어에 들러 구경도 하고, 인기만점이라는 카페 메뉴도 먹어보기로 했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만큼 완전히 중국화되어 있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 달리 매장의 대부분에 사이니지에 한국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매장 직원들의 첫인사가 모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였다. 이 부분은 놀라웠다. 





한국의 여느 매장보다 멋진 구성과 인테리어의 상하이 플래그쉽 스토어.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기획상품으로 붉은 색 상품들이 선물용 세트로 묶여 있다는 것.(사진엔 없다) 




1층을 거쳐 2층으로 올라가면 이니스프리 그린 카페가 시작된다. 이 카페의 메뉴가 그렇게 특이해서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더니, 이미지에서 보이는 비주얼부터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네. 




여긴 3층 그린 라운지 한 켠. 그린 컨셉답게 다양한 식물들과 함께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해 화분으로 사용하는 예를 보여주는 섹션도 있었고, 2층의 카페와 이어지는 넓은 공간들이 있었다. 




다시 2층 카페로 올라와 메뉴를 주문하고 여기저기 둘러본다. 저렇게 깊숙하고 안락해 보이는 공간도 있는 반면에, 통창으로 햇살이 한가득 들어오는 공간도 있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한쪽 벽에는 무언가가 전시되어 있는데, 자세히 보니 하나씩 가져가서 만들 수 있는 DIY키트 섹션이다. 이니스프리의 컨셉을 나타내는 사진들이 프린트된 저 보드지에 칼선이 나 있어서 하나씩 가져가서 만들면 아이폰 거치대가 된다. 





그냥 전시해 두면 사진으로 벽장식이 되고, 고객들이 자리에 앉아 심심풀이삼아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 당연히 우리도 하나씩 골랐고, 곁에 있던 직원이 서랍에서 마무리용으로 사용하는 고무밴드를 꺼내 주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주문한 메뉴를 기다린다. 메뉴를 주문받는 직원은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시킨 메뉴도 곁에서 슬쩍 구경하고. 무엇 하나 평범한 비주얼이 없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 감귤맛 빙수와 녹차 라떼였던 것 같다. 





빙수의 비주얼이 엄청나지만 사실 이 카페에서 가장 있기있는 메뉴는 사탕처럼 생긴 이 케이크들이라고. 예전에 이니스프리 회의를 하면서 번외로 들었던 이야기인지라, 우리는 이 케잌을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나온 시럽을 빙수에 붓고 먹기 시작. 비주얼만 보고 메뉴를 선택한 탓에, 달고 달고 단 메뉴들만 시켜서 먹을 수록 아메리카노가 절실해지긴 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먹어보는 솜사탕과 함께 창밖의 난징동루 풍경을 바라보며 즐겁게 먹고 나왔다. 


이제 호텔로 향해야 하는데, 캐리어를 끌어야 하는지라 택시를 탈 지, 걸으면서 거리를 구경할지 고민하다가 걸어 보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호텔이 있는 쪽으로 향하며 구경하는 난징동루 풍경들. 오래된 건물들의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이 뒤섞이는 풍경들. 





골목이 끝나는 지점에서 문이 열리듯 이런 어마어마한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곳부터 난징동루 보행가를 따라 걸으며 와이탄의 다양한 건축물에 입을 쩍 벌렸다. 





입을 쩍 벌렸다기엔 왜 이렇게 시무룩한 표정인지 모르겠지만... 와이탄 거리를 걷고 있는 나의 유일한 사진이라...

덜덜덜 캐리어를 끌면서 구경하기엔 왠지 아까운 거리 풍경이었다. 서구의 침략으로 세워진 유럽식 건물들이 보여주는 아름답지만 인위적인 풍경이랄까. 건물 하나하나에 준공 년도도 새겨져 있다. 




관광객들이 가득한 거리인데도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거리가 너무나도 깔끔하고 쓰레기 하나 없어서 더욱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곳곳에 있는 정원들도 이렇게 멋을 내어 깔끔하게 유지해 놓았다. 





와이탄에서 호텔로 향하는 작은 다리 위에 오르자 이런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뭉게뭉게 아름답게 펼쳐진 구름 덕분에 풍경이 더욱 멋지게 느껴진다. 





다리를 건너자 우리가 묵을 호텔이 보인다. 사실 호텔이 너무 커서 한 화면에 찍은 사진이 없다. 길 건너로 보이는 것은 호텔 입구가 아님. 





여기가 우리가 묵을 호텔. 상하이에 갈까말까 했던 그 고민에 종지부를 찍어 준 호텔, ASTOR HOUSE HOTEL.





안내를 받아 호텔 키를 받아들고 방으로 올라가기 직전. 상하이 여행에서 무엇보다 재미났던 곳은 이 호텔이였고, 다른 어느 여행지보다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동네 여행하듯, 박물관 구경하듯 호텔 곳곳을 탐방한 여행기는 소중하니 다음 포스팅에서 새롭게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