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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상하이 day 1-2. 170년 역사를 품은 박물관 같은 호텔, 애스터 하우스 호텔 Astor House Hotel Shanghai


상하이 2박3일이라는 이 짧은 일정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 이 호텔이라고 말할 것. 우물쭈물 결정을 망설이던 이 여행을 떠나는 데에 어쩌면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곳은 중국 상하이의 170년 된 호텔, 애스터 하우스 호텔 상하이(포강반점浦江飯店).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는 이런 이미지와 정보를 보았고, 170년이나 된 오래된 호텔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홀딱 반해버렸다. 영화 세트장 같았던 클래식한 객실 사진과 함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저 외관. 


애스터 하우스 호텔은 1846년, 영국인 리차드에 의해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호텔. 중국 문화와 서양 문명이 융합된 곳으로 첫 번째 전기스탠드, 첫 번째 전화기, 첫 번째 유성필름, 첫 번째 서양 춤 등이 이 호텔에서 데뷔를 치렀으며 아인슈타인, 찰리 채플린, 버트먼드 러셀 등의 유명인사가 이곳을 거쳐갔다는 것이 특이사항이다. 굳이 미리 알고 가지 않아도 이 호텔을 한 바퀴 둘러보면 모두 알게 되는 사실이기도. 



http://www.astorhousehotel.com 






날이 매우 더웠지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캐리어를 끌며 난징동루를 거쳐 호텔로 걸어갔다. 지하철에서 호텔까지 그리 가깝지 않았지만, 거리를 구경하며 걸어오는 길이 나쁘지 않았으며 특히 와이탄의 수변풍경을 볼 수 있는 외백도교를 건널 땐 그야말로 설레임 폭팔. 





자연이 펼쳐 주는 아름다운 뭉게구름 장식을 걸친 와이탄의 풍경에 감탄하며 철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호텔이 보인다. 





호텔 도착.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체크인을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아, 이 분위기. 어두운 나무 색과 촌스러울 정도의 밝은 파스텔톤의 조합. 





정현 언니가 예약을 확인하고, 궁금한 점들을 직원과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매니저가 너희의 방을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다 한다. 아마도 언니에게서 풍겨나오는 어떤 아우라를 느꼈던 것일까. 당연히 마다할 일 없지만, 우리가 콕 집어서 묵고 싶었던 디자인의 방이 있었기에, 첫 날만 그 방에서 묵고 이튿날은 우리가 원하는 방으로 가기로 했다. 





애스터 하우스 호텔에서의 숙박을 위한 패스포트를 받아들고. 직원분이 우리 짐을 옮겨주는 동안 우리도 들뜬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층 로비의 커피숍은 옛날 정취가 그대로 풍겨나는, 정말 올드한 느낌. 





우리가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아 첫날 묵게 된 방은 2층의 스위트룸. 

이상하게도 지금 다시 홈페이지나 예약사이트를 뒤져보면 '스위트룸'에 대한 정보가 없다. 사진도 없는 걸 보면 아마도 온라인으로 예약이 안 되는 방인 모양으로 추측. 



여러모로 우리 둘이 묵기에는 너무 스윗하고 거대한 방이었다. 



방문을 열자 펼쳐지는 풍경. 화장실과 침실이 있고, 소파가 있는 복도를 지나면 사무를 볼 수 있는 묵직한 책상이 있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응접실 같은 공간이 있는데... 



그 '응접실 같은' 공간이 너무 거대해서 당황스러웠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게 큰 원형의 거실을 소파가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라 여럿이 모여 회의라도 해야 할 것 같았던 곳이었다. 여덟아홉 명은 앉아서 티비를 볼 수 있겠다 싶은... 





스위트룸 아니랄까 봐 이렇게 스윗한 꽃무늬 벽지와 함께 정원 그림들이 붙어 있고. 





창문을 통해 이 방이 건물의 모서리, 그러니깐 외백도교를 건넜을 때 마주쳤던 이 건물의 끝자락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창문들을 통해 거리의 풍경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동방명주도 한눈에 들어오는 데다가 이 건물의 모서리 부분에서 3거리의 풍경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외백도교를 건너 오는 관광객들, 이 더위에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현지인들과 열심히 사람들을 태워 나르는 택시들까지 상하이의 골목 풍경을 그대로 눈에 담게 된다. 

(다음날 아침엔 쇼핑몰 사진을 찍던 남자 모델이 길에서 옷을 갈아입는 풍경까지 구경해 버렸으니...) 






아. 스윗스윗. 스위트룸의 침실. 이 클래식한 러블리함... 우리가 예약한 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지만 나름대로 언제 묵어보냐 하면서 즐겨 본다. 게다가 이 방을 싫어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푹푹 찌는 8월의 이 날씨에 에어컨이 3대나 있다는 것. 





침실 밖에도 화장실이 있었지만, 침실 안에는 이렇게 거대한 욕실이. 세면대 반대편에는 커다란 월풀 욕조도 있고. (대만족) 





애스터 하우스 호텔의 어메니티는 이렇게 옥색으로 디자인된 패키지에 포장되어 있었다. 인테리어를 포함하여 전반적으로 아주 오래된 호텔을 리노베이션했지만, 원래의 구조나 모습을 전부 갈아엎은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시설들만 깨끗하게 단장했기에 그 옛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어서 좋았다. 






오래된 호텔의 로고 때문인지 물건들 하나하나 클래식한 느낌이 묻어난다. 





신난 마음에 에어컨 3대를 모두 틀어 전력을 낭비하며 더위를 식히던 우리는 '웰컴 티'라며 차를 한 잔씩 타서 마시고 쉬다가 호텔투어를 나서기로 했다. 찻잔과 오래된 스탠드 그리고 낯선 책상, 내가 여행을 오긴 왔구나 싶은 기분과 함께 호텔 구경이 기대되기 시작한다. 





방문을 열고 나온 2층에서부터 우리의 호텔 투어가 시작된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이 더운 여름의 쨍한 햇살. 





연회장인 듯. 인기척 하나 없이 비어 있었지만 샹들리에 조명은 환히 켜져 있어 왠지 이곳이 북적일 때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상상하게 된다.  





이 홀의 입구에도 이렇게 고풍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있었다. 깜짝 놀랄 만한 섬세함이나 아름다움은 아니었지만, 문양의 스타일과 유리의 색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서 좋았다. 





멋스러운 나무계단을 올라 3층으로 간다. 계단 벽의 창문들도 하나하나 문양이 다른 스테인드글라스이다. 






이 창문들 곁에는 마치 유물처럼 이 창들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있다. 영국의 네오클래식 건축 양식에서 사용되던 무늬이고, 이 창을 통해 햇살이 숙녀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눈처럼 신비롭게 빛난다며... 






계단 앞에 진열된 고가구들을 구경하며 걷자 3층의 긴 복도가 나타났다. 붉은 무늬 카페트가 길게 깔린 이 복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우리가 원래 묵으려던 방이 이 3층에 있는 듯. 내일은 이 층으로 올라와 자게 되겠구나 생각하니 또 설레인다. 복도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 보니, 객실도 있지만 몇몇 방은 임대의 형식으로 사용하는 것 같은 여행사 사무실 같은 사무 공간들이 함께 있었다.




복도를 구경하고 다시 3층의 중앙으로 돌아간다. 이 호텔을 박물관으로 본다면 3층의 중정이 하이라이트라 하겠다.



자, 중앙정원으로 들어가기 전 무언가를 찍는 정현언니. 저 뒤로 슬쩍 보이는 중정, 호텔 안에 생각도 하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질 듯 하다.







유럽의 거리를 본딴 듯한 풍경의 3층 중정. 물론 이 와중에 테이블마다 놓인 난 화분들은 지극히 동양적인 느낌이고. 이곳의 저 문들은 장식이 아니라 현재도 예약을 받는 실제 객실이고, 유서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벽에 붙은 액자들이 그 사실을 잔뜩 뽐내는 중. 





중앙에 있는 진열대에는 옛부터 사용하던 소품들을 정말 박물관마냥 이렇게 진열해 두었고. 






객실 옆에는 그 방에서 묵었던 유명 투숙객들의 이름과 날짜가 새겨진 문패도 부착되어 있고, 그 사실을 입증하는 사진과 글이 적힌 액자도 함께 걸려 있는 식이다. 액자 속 젊은 찰리 채플린과 아인슈타인처럼. 






이 액자 속 그림은 1882년 중국에 최초로 전기 등이 설치되던 날의 기록인데 그 역사적인 장소가 이 호텔이었던 순간.






전기 등 뿐만 아니라 최초로 전화기가 사용된 곳이기도. 앞서나가는 당대의 힙한 호텔이었나보다. 아까 걸어 올라온 계단의 풍경과 호텔의 옛 풍경 사진을 보니 더욱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박물관에 묵는다고 생각하면 더 재밌고! 





중정을 한참 재미있게 구경하다가 마주하게 된 풍경. 예기치 않게 호텔의 숨겨진 작업장을 훔쳐보는 느낌과 동시에 우리가 호텔에서 깨끗한 서비스를 받는 이면에는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의 노고가 있다는 게 느껴진다. 밝고 환한 중정의 자연광과 대비되는 노란 형광등 조명이 더욱 대조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 듯 묘한 기분. 






천정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밝은 빛과 그림자가 이 풍경을 더욱 멋스럽게 해 준다. 






역사 속 유명한 인물들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수없이 다녀갔을 309호 앞. 





3층에서의 중정 구경을 마치고 다시 4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오던 계단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계단을 오른다. 




맑은 날씨와 뭉게구름은 애스터하우스 호텔의 창문을 캔버스 삼아 이 멋진 그림을 보여주는 중. 






호기심에 가득찬 언니의 뒷모습과 함께 계단을 오른다. 






이번 창문은 금속 장식과 더불어 식물 잎사귀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 중. 






4층에도 중정이 이어져 있다. 






이곳이 중정의 포토존이구나 싶게, 두 층의 모습이 한 눈에 멋지게 들어온다. 와. 







그리고 4층 역시도 중정을 빙 둘러 객실이 위치한다. 





여기도 3층과 같이 유명인의 숙박 기록을 이렇게 나무에 새겨 장식했다. 중정에 위치한 객실에 묵어보고 싶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퇴색되고 빛바랜 이 붉은 바닥은 지난 157년의 비밀들을 간직하고, 역사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유명한 역사 속 인물들이 이 객실들에 많이 묵었었으니 그리 표현할 만도 하다. 비밀을 간직한 붉은 티크 바닥! 


지금이 170년 째니 이 설명 문구들을 부착한 것도 십 년 조금 더 되었겠구나. 







4층을 다 둘러보고 내려가는 길.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길. 층과 층의 모습도 조금씩 다르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계단의 풍경도 이렇게 달라 재미있다.





그리고 이제 더욱 재미있는 지하 층의 풍경이 펼쳐지는데... 



세상에. 지하층은 중정보다 더욱 박물관 같다. 뭔가 3층의 하이라이트들에 밀려 못다한 기록을 모두 펼쳐놓고 있는 이야기의 복도 같다. 그리고 이곳의 붉은 바닥들도 지금 내 이야기를 듣고 있겠지.






액자들의 복도 사이사이에  마사지샵, 미용실,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들이 존재하고 있다. 





액자로는 아쉬운 마음인지 다양한 입체물들도 유리 속에서 조명 받는 중. 이렇게 강조하시는데, 채플린과 아인슈타인이 이 호텔에 묵었다는 사실은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다. 





윗층들과 같은 구조의 복도지만, 자연광 없이 노란 조명으로만 빛나는 지하의 복도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앗, 빼곡한 액자들과 석고상 사이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간판이 보인다. 





호텔 기념품샵이다! 기대감에 가득차서 들어선 상품샵은 기대를 폭삭 무너뜨리는 소량의 물건들을 구경하고 나오게 되는 곳. 여느 중국의 기념품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구비된 물건이 많지 않다. 






복도의 액자들에게서 벗어나나 싶을 무렵, 더욱 많은 액자들을 만나게 되는 전시 공간이 나타난다. 



정말 끝나지 않는 이 액자들. 170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새삼 느껴진다. 액자 속 사진들을 통해 중국의 현대 역사를 대강이나마 살펴보는 기분도 들고. 






이 호텔의 홀에서 처음으로 서양식 춤을 즐기던 1932년의 젊은이들. 






액자의 벽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진다. 하지만 이 오래된 복도를 걷는 경험이 재미있기에, 액자 하나하나를 다 살펴보지 않아도 즐겁다.







붉은 카펫이 깔린 중후하고 멋진 나무계단과, 직원들의 공간인 듯 보이는 또다른 복도에 잠시 한눈을 팔고,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아직도 액자의 벽은 끝나지 않았다.






계속 같은 곳을 찍는 것 같지만, 다 다른 곳이다. 이 호텔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다. 170년동안 모아 온 자랑들과 더불어 지난 세월들의 수다를 좀 들어줬으면 하고 기록들을 가득 늘어놓은, 애스터 하우스 호텔의 수다를 간직한 지하층이었다. 









처음 들어서서 체크인할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이곳을 둘러본다. 나름 화랑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홀에는 상하이 언니들의 초상을 기록한 옛 사진을 전시 중. 





1층에는 크고 멋진 연회 공간인 '피코크 홀' 이 있는데, 호텔 투어를 하던 한낮엔 닫혀 있던 그곳은 내일 조식 먹을 때 소개를. 마음에 쏙 드는 피콕 홀과 조식도 이 호텔의 큰 즐거움이었다. 이렇게 구석구석을 다 둘러보고 난 우리는 허기를 느끼며 호텔 밖에서 간식을 사 와야겠다 싶었다. 






앞쪽 풍경과 사뭇 다른 호텔 뒷편의 풍경. 





마침 호텔에서 아주 가깝게 패밀리마트가 있었다. 호텔구경을 마치자마자 새롭게 시작된 외국 편의점 구경. 우리나라 과자가 왜 그리 많던지.






우리가 편의점에서 선택한 간식은 바로 이거. 편의점 만두와 훠궈. 친절하게 단면도가 그려져 있어 내용물을 추측해 볼 수 있어 우리는 각자가 먹고 싶은 만두를 하나씩 골랐다. 


그리고 '테이크아웃 훠궈'. 상상도 못한 간식이다. 사진에선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끓고 있던 훠궈 국물에 원하는 내용물을 선택하면 마치 오뎅처럼 컵에 담아 준다. 





만족스러운 편의점 쇼핑을 마치고 우리의 '스위트 룸'에 돌아왔다. 





티비를 켜서 월드컵이 나오는 뉴스를 배경음 삼아 칭타오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시고, 편의점 만두와 훠궈를 먹는 꿀같은 시간. 아, 그리고 처음 보는 음식인 '차예단(차계란)', 얼핏 보면 간장처럼 보이는 진한 찻물에 졸인 계란도 두 알 사 와서 하나씩 맛있게 먹었다. 


박물관 같은 호텔을 탐험하는 이 시간은 어느 동네를 구경하는 것 못지않게 즐거운 일정이었고, 에어컨 쐬며 편의점에서 산 중국음식을 즐기던 호텔방에서의 즐거운 첫 추억이 이렇게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