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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베이징 day1-2. 호기심 천국 왕푸징 서점 대탐험


이 베이징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이곳, 왕푸징 서점.

몇 년 전 일본 도쿄에서의 '도쿄 화방 세카이도 대탐험'이 있었다면 이번 베이징에서는 '북경 서점&화방 왕푸징 서점 대탐험'이 있다.


포스팅을 올리려고 사진을 정리해 둔 것은 몇달 전인데, 글을 쓰는 오늘은 딱 베이징에 다녀온 지 1년이 지난 날. 하지만 지난 주에 다녀온 것만큼 그 즐거운 순간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딱 1년 된 만큼 날씨도 생생하고, 입는 옷도 비슷하니 더욱 생생한 기억으로 쓰는 왕푸징 서점 탐험기. 






지난 포스팅에 이어, 저녁을 먹고 다시 걷던 왕푸징 거리에서 발견한 이 곳. '왕푸징 서점'. 

들어서자마자 왠지 그 옛날 종로서적 분위기가 물씬.(2018년 현재의 종로서적 말고... 1990년대 종로서적...)


입구에 가득 쌓아두고 판매하는 이 책은 대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단 한 권의 샘플도 놓여 있질 않아 내용을 알 수가 없었던.

그러나 나는 며칠 후 자금성의 상품샵에서 이 책(?)을 펼쳐보고 바로 구매하게 된다... 





왕푸징 서점은 총 8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나름 북경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는. 




2층으로 올라가는 길. 




2층에 올라서자마자 보물을 발견했다. 왕푸징 서점의 2층에 교육, 의학 코너가 있었는데 이곳이 이날의 꿀잼 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이 조악하면서도 정감가는 동양의 손 모형. 흔히 보던 서양스러운 길쭉길쭉 손-발가락 모형이 아닌, 내 손과 다를 바 없는 이 고무 손 모형. 자세히 보면 모든 선에 색을 입히지 못하고 볼펜으로 칠한 구석까지... 이건 사야해!!! 


이 손 모형은 나의 베이징 기념품 중 1등으로 마음에 드는 소중한 기념품이 되었다. 가격은 28위안, 약 4,500원. 




모형에 잔뜩 정신이 팔려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의학서적 코너를 걷던 차에 또 재미난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사실감 있는 원색적이고 원초적인 차트 디자인이라니... 중국어를 읽지 못해도 무슨 차트인지 곧바로 알아 볼 수 있는 이 차트 디자인에 웃음이 터져버린다.  


미학적인 중요도보다는 의학적인 중요를 우선시한, 왜곡 없는 선명한 사례들! 

눈 안에 오장육부가 다 있다는 표현으로 1차원적으로 눈 안에 장기를 그려넣어 버리는 직관적인 디자인. 




눈만 있나! 손도 봐야지! 

그렇다고 저렇게 무서운 손가락 사진들을 다 넣어놓다니... 게다가 이 차트들, 크기는 또 얼마나 큰지. 




큰 틀은 비슷하지만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그래픽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차트들. 



위의 귀 차트와 비교해 보면 같은 내용을 다른 디자인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이러나 저러나 내 눈에 키치하긴 마찬가지이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게다가 귀 하나 가지고 이렇게 할 말이 많다는 것도 흥미롭다. 그게 동양의학이겠지만! 



이 차트는 좀더 미학적인 관점을 중요시하였는지, 사진 없이 옛날 사람의 일러스트를 활용하여 설명하고 있는 또 다른 스타일. 

한국에서도 가 보지 않았던 의학서적 코너인데, 중국 서점의 의학 서적 코너에서 이렇게 큰 재미를 느낄 줄이야. 이곳에 진열된 차트들을 하나하나 넘겨보면서 더욱 더 즐거워졌다. 


왕푸징 서점의 2층 의학코너 꿀잼. 




2층 탐방의 마무리는 새빨간 계산대에서. 




아까 그 손 모형 샀잖아요. 

여행 오기 전에 봤던 '블루 벨벳'이 생각나서 귀 모형도 살까 했지만, 처음 마음을 빼앗겼던- 포즈도 크기도 귀여운 사이즈의 손 모형의 매력을 이길 수 없었다.


사실 직원을 불러 진열장에 있는 모형을 가리켰을 땐... '너무 오래 되어 보이는데 재고가 없을지도.'라고 생각했으나, 직원이 곧바로 '오래 되어 보이는' 새 상품을 꺼내 준 데다가 가격도 저렴했기에 사지 않았으면 백번 후회했을 나의 1등 기념품.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사기'를 실천했으니, 이제 3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딱 봐도 3층은 미술 코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식들. 새해가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왠지 좀 서낭당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일까. 




홀로그램 시트를 컷팅한 복 모티브. 빨간 게 최고. 빨간 색에 대적할 색상이 없는 이 나라. 




오, 미술 실기에 관한 책이 많네... 라고 생각했다. 첫 칸만 목격했을 땐. 




아까 그 칸도, 그 옆칸도...




그 옆옆칸도... 아니 미술서점도 아닌데 왜 이렇게 '드로잉' 실기에 관한 책이 가득인지! 나를 놀라게 하는 이 책장들... 




이 책들, 한 권 한 권 퀄리티도 좋다. 특히 이 책은, 잡지를 보며 끝없이 모델들의 사진을 모사하던 만화창작과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 두꺼운 책 한 권이 전부 이런 내용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열심히 선을 따라 그려보면 '기술'이라도 늘지 않을 수가 없겠는 책! 역시 중국도... 창의력보다는 스킬 중심인가... 




따라 그리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과 이론들도 함께! 

놀라운 건 이런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같은 출판사의 시리즈가 여러 권 이어진다는 것. 중국에 스킬 많은 그림쟁이, 아티스트나 공예가들이 많은 비법일까... (일단 인구가 많은만큼 능력자도 많은 것이겠지만...) 



그냥 드로잉 책만 많은 게 아니라.... 기초 조형, 인물 연필화... 기초 스킬이 탄탄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미술 못 할 것만 같은데, 생각이 드는 흥미로운 코너였다. 




책들이 다 누워 있는 이곳은 서예 책 코너. 책들이 다 얇고 힘이 없어서 누워 있다. 마침 책 보는 손님의 모습조차 이 코너와 어울리는 풍경. 




화선지 깔고 붓글씨 쓰는 서예만 있나. 펜글씨도 배워야 할 거 아니냐! 라는 듯 한 코너...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쓴 글자를 감상해야 하는 것인가! 이번엔 서예 화집 코너다.




다양한 글씨체로 쓰인 여러 종류의 서체 화집들. 글자 뿐만 아니라 도장들까지 참고가 되겠다는. 




외국 여행을 가서 서점에 가면 꼭 들러보는 대망의 '디자인 서적' 코너의 모습이 이곳에선 왠지 초라하기 그지없다. 드로잉&서예 코너에서 보여주던 물량공세와 강렬함은 어디로 가고 분홍빛으로 뒤덮여 있는 것인가.



그러던 중 발견한 흥미로운 풍경들. 아, 화방이 나오는구나! 


같은 층에 문방사우 코너가 있다. 다시끔 호기심에 흥분되기 시작. 호기심으로 인한 흥분은 '아, 뭐라도 하나 사겠구나!'라는 기대감과 함께 온다. 



갑자기 중국 화방에 온 기분이다. 문방사우 코너가 정말 흥미롭다. 외국의 서점이나 화방을 가면 느끼는 당연한 순서, 내 안의 아티스트가 슬며시 기어나오는데... 한국 가서 오랜만에 먹 갈아 볼테야? 하고. 하지만 먹의 포장지도 뜯지 않을 것을 난 알지. 




이것 봐. 십이지신 컬러 먹 이라고!! 


안돼. 서예 도구만은 사면 안 된다... 



다양한 모양의 붓 거치대(명칭 모름)... 



다양한 돌로 만들어진 도장들... 작은 코너라고 생각했는데 뭐가 많다, 많아. 



유물도 파나요...? 

왜 이걸 파나 했더니, 여긴 조각 섹션이다. 저 경첩이 달린 나무 조각을 사서, 이것과 같이 조각해 보라는 예시인 듯. 




이것은...!! 

일본 세카이도 화방에서도 본 적 있었던 '물로 글씨연습' 하는 도구 아닌가. 이렇게 한자책과 펼쳐 두니 또다시 내안의 아티스트가 나올 것만 같다... 국민학교 서예시간에 뒷자리 남자애가 나의 새 티셔츠에 먹물을 쿡 찍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얄밉네. 




이건 또 무엇인가. 글씨연습장이야! 

두꺼운 종이에 압으로 글자가 찍혀 있는데, 아마도 그 글자 모양을 따라 연습하는 것인 듯. 중국은 아무래도 글자 '잘' 쓰는 것이 중요한 나라인가... 우리 나라처럼 컬러링 & 캘리그라피가 힐링이나 취미의 목적은 아닌 듯 하다. 그림 '스킬'에 이어 또 궁금해진다. 



글자 쓰기를 위한 다양한 방안지가 있었다. 그냥 가로-세로 칸만 그려진 열두 칸 노트는 나에게도 익숙하지만, 대각선들까지 표시된 방안지는 신기하다.




아까 보았던 그 '물로 글씨 연습하는 도구' 섹션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유리 장에 들어 있는 것들은 고가의 세트들. 이렇게 고가의 물건들을 구입해서, 고작 물로 글자 연습 해야 한단 말인가! 



보는 사람도 없겠다 이쯤이면 다시 내 안의 아티스트, 아니 서예가가 깨어날 때이다. 물을 찍어 용기있게 몇 획 그어(찍어) 본다... 부끄럽네. 




다양한 색과 문양, 가격대로 타겟을 다양화한 이 도구들... 선물을 많이 하는지 전부 세트 포장이 과하게 되어 있었다. 



이 분홍, 하늘색 세트를 보니 어릴 때 사용하던 리코더가 생각난다. 리코더나 멜로디언도 가장 저렴한 것이 꼭 분홍, 하늘색이었던 것 같다. 




이 코너를 한 바퀴 돌며 구경하고 왔더니, 아까 몇 획 찍어 봤던 것이 다 증발하고 없어졌다. 다시 용기를 내어 이름을 써 본다. 정말 국민학생, 아니 초등학생 때 하던 서예시간 그 느낌이 난다. 제대로 글자 써 봤으니 됐다! 

 



글자쓰기 코너를 즐기고 다음 코너로 넘어간다. 기초도 닦았고 서예도 좀 썼다면 다음 순서는 당연히 이거지, 라는 듯 동양화 코너가 펼쳐진다. 


또다시 '크고 힘 없는 책'들과 족자들의 향연..! 




나처럼 흥미롭게 이 섹션을 구경하고 있던 어느 외국인 여자분을 따라. 동양화 섹션도 마찬가지로 선반만 살펴 보아도 매우...실기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권 펼쳐보지 않아도, 진열된 책의 종류와 갯수로 보아 그게 확확 느껴진다. 




동양화 섹션이 지루해 질 때쯤 등장한 '물건들'. 날리는 건지, 태우는 건지 혹은 전시하는 건지 모르겠는 미니 연들. 수작업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당연히 십이지신은 중국의 모든 물건이 갖추어야 할 품목. 일단 십이지신은 갖추고 시작한다, 이런 느낌. 





이날 저녁에 우리가 먹으려고 봐 둔 그 화로와 비슷한 화로잖아! 익살맞으면서도 생동감있게 표현된 중국 아저씨들 인형. 좀 배고파진다. 




인형 코너 점점 재밌어진다. 앞에 진열된 작은 대머리 청년들, 노동의 현장을 묘사한 풍경인 듯 한 것이 정겹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발견한 물건들! 


이것은... 천 위에 자수를 이용하여 청화백자들을 수놓은 그림들. 한 개에 100위안씩으로 한국돈으로 16,000원 정도. 가격대비 정말 훌륭하다! 싶어서 펼쳐놓고 고르고 있는 중이었다. 정현언니와 둘 다 매우 흥분. 




아무래도 이 보라색 배경의 매병과, 베이지색 배경의 주병 그림을 한 세트로 사면 좋겠다! 최종 결정을 했으나... 이걸 사서 어디다 걸어두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예쁜데... 가격도 비싸지 않은데... 이걸 사, 말아? 고민하다 둘 다 일단 사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 다시 보니 좀 후회된다) 




하지만 둘 다 저 그림을 즐겁게 고른 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워졌다. 사지 않아도 즐거웠다. 






어딜 가도 서점은 서점이다. 책장 사이사이 저렇게 앉아 책을 읽는 모습. 

최근 서울의 책방들이 다 츠타야st로 바뀐 후로부터는 저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인지 더 정겹게 느껴지는 앉은 모습들. 





다른 층에서 요리책을 구경해 보았다. 빨갛다... 로컬 푸드 = 빨간 요리 섹션. 




이 요리들은 아마도... 장식 요리 섹션이리라. 이런 요리만을 위한 책 코너가 따로 있다니. 




자꾸 음식 사진 보았더니 뭘 먹어야 할 것 같다. 내려가 보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길.




지하에 푸드코트가 있다. 무엇이 있을까, 두근두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긴 바인데, 서서 음식을 먹고 갈 수 있는 곳인 듯. 센스있게도 바 하단에 붓을 주렁주렁 달아 이곳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해 두었다. 




기대했던 것 보다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손님들의 옷차림을 보니, 직원들과 공안들도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듯 했다. 




우리는 왕푸징 서점에 오기 직전에 apm쇼핑몰에서 우육면을 먹고 온 참이기 때문에, 디저트로 요거트를 사 먹었다. 그런데 너무... 너무 컸다. 절반은 먹었을까, 앉아서 좀 쉬면서 숨을 돌리며 저녁 먹을 계획을 세움.




요거트를 배불리 마시고 다시 1층으로 올라와 마저 구경을 한다. 



여행과 지도 코너! 벽에 붙은 입체 지도들과 지구본들이 어우러진 이 느낌, 왠지 굉장히 '사회과 부도' 느낌이 난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여행 코너'의 그 느낌... '떠나고 싶고, 마음이 설레이는' 이런 느낌 말고, 책으로만 배우는 세계지도 같은, 여행을 글로만 배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포스터형 북경지도, 예전 북경 워크샵 때에도 샀었지. 북경올림픽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디자인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옛스러움...) 




중국이 우리를 하나의 나라로 묶어 주었네... 이 책 하나면, 남북한 여행 한번에 다 되나요. 왕푸징 서점의 마지막 코너에서 우리나라 지도책을 마주하고 돌아서는 이 마무리. 


우리나라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예쁜 사진의 여행책들은 없고, 굉장히 이론에 기초한 듯한 지도책 중심의 여행&지도 코너였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놀다 온 것 같은 기분으로 왕푸징 서점의 문을 나섰다. 날씨가 추워서 유리문 안쪽에 비닐 커튼을 쳐 둔 서점의 입구.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선반들과 책, 물건들이 가득해 즐거움을 주었던 베이징 왕푸징 서점. 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