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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베이징 day2-1 만리장성 투어 오전: 이화원, 명13릉

3달만에 돌아와 이어 쓰는 베이징 여행기. 이쯤 되면 그냥 손 놓고 싶지만, 이왕 시작한 것 어찌 포기하리. 그 마음으로 오랜만에 다시 폴더 속 사진들을 쭉 보니 즐거웠던 기억들이 아직 생생하다.


베이징 여행 기간 중 호텔에 묵는 이틀 째에 만리장성 투어를 가기로 정했다. 좋은 호텔에 묵는 날인데 새벽부터 투어를 나가는 것이 아쉬웠지만, 일정 중 알맞는 날이 없어 둘째날로 결정. 여행사에서 하는 북경외곽투어로 '이화원 - 명13릉 - 만리장성'의 코스를 선택했다. 




우리는 당연히... 좀 늦게 일어났다. 허둥지둥. 



사람으로 가득 찬 아침 지하철의 풍경이 서울과 다르지 않다. 춥다. 



아침에는 출근길이라 그런지 이 작은 오토바이차(?)들이 유독 많이 보였다.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면서 예상시간보다 지체되어 우리는 결국 투어 인원 중 꼴찌를 하고 만다... 


그래서 다급히 버스에 뛰어오르느라 이것저것 간식을 사서 가는 길에 먹으려던 계획은 완전히 틀어지고, 첫번째 목적지까지 가는 기나긴 시간 동안 우리는 배고픔에 시달리면서 여행이 시작되었다. 심지어 약속 장소가 한인촌 뚜레쥬르 앞이라, 빵을 잔뜩 사가려던 기대감이 상실되어서 더욱 더 배고팠네... 



배고픈 상태로 첫 번째 장소인 이화원에 도착했다. 서태후가 가장 사랑했던 별장이었다는 이화원. 




이화원에 들어서는 입구. 



파랑과 금색의 조화 또 마음에 들어 버렸다. 이화원의 인수전. 



인수전 앞을 지키는 청동 동물들. 보통 이 청동 동물상들의 순서는 '왕'을 상징하는 '용'이 가장 먼저라고 한다. 하지만 절대 권력의 여자, 서태후답게 '여자가 왕'이라며 '봉황'이 가장 먼저인 순서로, 가장 가운데에 위치하게 해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봉황이 더욱 멋져 보이네. 뒤로 보이는 용은 왠지 좀 시무룩해 보이고.



유쾌해 보이는 이 동물은 상상 속 동물인 '기린'. 중국답게 치밀하고 집약적인 표현력이 대단하다. 비늘 하나하나 징그러울 정도로 꼼꼼하게 만들어 놓았다. 



기린 뒷모습은 더 깜짝. 비늘 묘사는 물론이고 꼬리는 털 한올 한올을 생략없이 다 묘사해버린... 대륙의 디테일 역시! 





이화원의 가장 절경인 장소라고 하는데, 최악의 미세먼지와 겨울의 추위가 더해져서 우리는 이런 풍경을 감상할 수 밖에. 그래도 엄청났다.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정원과 이 거대한 인공 호수라니. 



봄여름엔 얼마나 아름다울까 짐작만 하게 만드는 연꽃잎들이 꽁꽁 언 호숫물과 함께 굳어 버렸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풍경 사이에 있던 기념품샵 & 매점. 여전히 매우 배고팠던 우리는 기대감을 품고 들어가 보았으나... 아무래도 사 먹어 볼 엄두가 나지 않는 음식들만 팔고 있었다. 







호숫가를 걸어 이곳으로 왔다. 이곳은 서태후의 침전이었던 '낙수당'. 이곳의 이름은 '지혜로운 자는 즐겁고 어진 자는 장수한다' 라는 논어의 구절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즐겁게 장수하는 곳' 이네. 


낙수당 앞에 있던 거대한 돌. 이 돌에는 슬픈 사연이 있는데... 




명나라 시절 어느 관리가 이 돌을 이화원까지 끌고 오다가 패가망신했다는 슬픈 사연의 돌, '패가석'. 그래서 이 돌이랑 함께 사진을 찍으면 패가망신한다고 사람들이 같이 사진도 안 찍는 슬픈 돌. 이 슬픈 돌의 사연을 간직하고자 나의 패가망신을 감수하고 찍어 보았네.  




눈에 띄는 창문들. 


제각기 모양도 다르고, 유리에 그려진 그림들도 다른 이 창문들은 서태후의 키에 맞게 만들어졌다고. 



낙수당을 나와 장랑으로 가는 길.



이곳에서 인상적이었던 것들 중 하나. 나무의 뿌리 모양을 살려 바닥을 조각했다. 그냥 크게 사각형으로 뜷지 않고 왜 굳이 힘든 방법을 택한 것일까. 이게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서겠지? 



장랑 바깥의 풍경. 이곳에서 가이드분이 자유 시간을 주고 둘러보도록 했다. 어디 볼까. 


'장랑'은 복도식 야외 갤러리이다. 지붕이 있는 이 기나긴 복도는 호수를 감상하는 곳인데, 지붕 처마 하나하나에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검색해 보니 1만 4천여 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춥고 흐린 날씨 덕분에 이곳에서 호수를 감상하는 원래의 목적이 마땅치 않았으므로, 걸으면서 처마들의 장식에 자연스레 주목하게 되었다. 잘 보니 그림 하나하나가 다 다른 것도 보이고, 그림 속에 이야기가 깃들여져 있는 것도 보여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부채 든 선녀님이 원숭이를 때리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손오공인가... 




장랑 중간쯤에 위치했던 장소. 이곳 좀 특이한데. 게다가 3단으로 나눠진 처마의 배색과 그림 레이아웃이 모두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미지와 본 적 없는 이미지들이 섞여 있다.



어머머. 안쪽에서 보니 3단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네. 이게 몇 단으로 이루어진 구성이야... 게다가 그림도 다 다른. 



대들보 그림 중 귀여운 것 발견.

이게 왠 먹을거리. 야채가 저기 그려져 있으니 왜이렇게 귀엽지. 




끝이 보이지 않을 듯 한 기나긴 복도를 걷는 내내 이렇게 그림 장식이 이어진다. 



플립북마냥 비슷한 듯 다른 그림들. 그 사이사이에 위치한 귀여운 소재들. 



귀여운 박쥐 안에 풍경을 넣은 재미있는 구성. 



이분이시구나. 서태후의 사진을 최대한 많이 넣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판넬. 



여긴 또 이렇게 화려한 천정 장식이. 화풍이 바뀌었다. 화려한 천정의 그림과 색채에 눈길을 빼앗겼다 서서히 모서리 쪽으로 눈길이 가는데... 




저 금붕어 그림 보라지. 마치 만화를 그린 듯 익살맞은 표현법이 재미나다. 풍게뭉게 흐르는 구름의 색상도 화사하다. 



목이 아프도록 천정을 계속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들보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여 장식된 모습. 



가히 중국 최대의 야외미술관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 한 공간에 그려진 수많은 그림들을 가진 이 복도. 겨울에 왔기에 이곳의 디테일에 더욱 집중하고 감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주위 풍경과 어우러져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줄 지 궁금해진다. 




이화원을 나서는 길. 요상하게 생긴 나무를 마주쳤다. 마치 붓으로 끊어 그린 듯 한 나무 가지가 인상적이다. 




관광버스를 타러 걸어가는 길 마주친 중국 공안 아저씨들.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볼 때마다 타임머신 탄 느낌이 들게 한다. 



중국 겨울 라이딩의 필수아이템인 듯 한 이 오토바이 담요. 여름의 상하이에선 기쭉한 오토바이용 양산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겨울엔 이렇게 커다란 오토바이용 담요가 아주 인상적이네. 




다음 목적지는 명13릉. 말 그대로 무덤인데 황제의 무덤. 


저 멀리 명13릉 입구가 보인다. 



가는 길에 마주친 작은 전시관. 자꾸 보게 되는 저 카키색 방한 가리개는 색상과 디자인 때문에 마치 전시상황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한 편의 이야기를 옷 안에 자수로 담은 듯 한, 엄청난 디테일과 완성도의 상의는 황후의 옷. 



데칼꼬마니처럼 같은 모양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또 조금씩 다른 모습이다. 아이들이 입은 옷 색상도 다르고, 비슷한 포즈를 취했지만 조금씩 다른 디테일들. 이야 정말 중국스럽다! 



붉은 비단에 금실로 토끼 문양을 짠 원단에도 눈길이. 구름과 토끼가 만나 마치 갑옷 입은 토끼가 된 것 같네. 




깃발 든 가이드님을 따라 릉 입구로. 



앗 이 나무는! 또 만났네. 이번엔 머리카락까지 길어진 듯한 이 나무. 떠올려 보니 옛 그림 속에 이런 나무들을 본 것 같다. 붓놀림으로 인한 표현 기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원래 나무 자체가 이렇게 생겼었던 것이구나 싶다. 머리 풀어헤친 귀신 같기도 한 이 나무. 




지하 궁전이라는 명13릉의 내부로 들어간다. 


지하 6층까지 뜷어서 만든 묘실. 깊은 지하의 습기와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온전하게 보존된 황릉이라 해서 기대를 크게 했는데, 왠지 허술 & 허접하게 전시중인 묘실에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허술하게 느껴지는 까닭 중 큰 이유는 아무래도 이것들 대부분이 복제품이기 때문이고, 복제품을 굳이 공들여 보여 줄 필요가 없어서이려나. 


이 깊은 지하의 묘실 문을 닫기 위해 마지막에 남겨지는 한 사람의 희생이 서글펐다. 굳이 그 한 사람만 희생된 것은 아니겠다마는 단지 안에서 문을 걸어잠그기 위해 희생되는 생명이라니. 



우리가 본 곳은 장릉. 



앗, 이것은 또 내가 좋아하는 색들의 조합이라 예쁘다 하며 다가간다. 




예쁜 건 다시 크게. 



묘를 나오면서 마지막에 음기를 덜어낸다는 뜻이 있어 파란색만 사용했다는 '영성문'. 이 문을 통과할 때 반드시 '나왔습니다' 라고 크게 외치며 발을 내딛어야 한다고. 






아니, 이 나무가 또! 너는 대체 무슨 나무이길래 이렇게 무시무시하면서도 재미있는 모양을 가졌을까. 





지금 검색해 보니 '용발톱나무', '회화 나무'라고 한다. 용발톱이라는 이름도 납득이 가는데, 회화나무라니. 그림처럼 생겼다는 이야기로구나! 했는데, 다시 찾아보니 그 회화가 아니었다. 한자로 '괴화나무'라 쓰는데 중국 발음이 '회'라서 '회화나무'로, '나무가 귀신을 물리쳐 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입구와 출구에서 이 나무를 만났던 거구나. 그것도 모르고 나는 귀신을 물리치는 나무를 귀신 같다고 표현했네....




이제 명13릉을 떠나 점심 먹으러 간다.

참으로 배고픈 오전이었다... 두 곳이나 거쳤는데 어느 곳에서도 간식 하나 사 먹을 곳이 이렇게 없을 줄 우리는 몰랐지. 


많이 기다렸다 오늘의 점심. 그런데 음식점의 포스 심상치 않다. 



마치 북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식당.



여기 지구촌 사람들 다 모였네. 이 근방으로 방문한 동서양 관광객 모두가 집합하는(해야만 하는) 식당인가보다. 




배고팠던 오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정말 맛있게 먹은 점심 상. 우리 둘 말고는 전부 가족여행으로 온 10대-20대 초반 아이들이 여덟 명 정도 둘러앉았는데, 아이들 전부가 탕수육과 만두만 먹고는 아침에 사 왔다는 뚜레쥬르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하나도 안 먹은 덕분에 우린 넉넉하게 밥 먹었지... 




식사를 마치고 내려가는데, 이 식당 1층에는 공예품 샵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화려하고 장식적이고 조잡한 온갖 물건들.



저장용 청자라니. 한국인 관광객을 노리고 있다. 

과하고 과한 물건들 가득. 



과한 물건들로 가득한 샵을 나오니 또다시 과한 물건들과 함께 어둑한 곳이 나타난다. 뭐지? 포장하는 창고가 왜 1층에 있을까 했는데... 



세상에. 창고가 아니라 이 '과한 물건들'을 만드는 사람들이 1층에 함께 있는 것이었다. 



작업실이라기엔 이상한 공간과 위치이고, 여길 둘러봐도 되는 곳일까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일부러 이렇게 위치한 것이었다. 만드는 모습을 보라고 말이다. 



책상마다 다른 물건을 만들고 다른 공정을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이렇게 여러 컷을 찍긴 했지만 찍으면서도 왠지 한 켠에 미안하거나 측은한 마음이 드는 건, 이들의 작업 환경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분명 이 커다란 건물의 1층에 작업실이 있는 거면 나쁜 건 아닌데, 왠지 펼쳐진 풍경이 좀 답답해 보여서 그렇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들이 비싼 값을 받는 장인이라면 분명 이렇게 작업 풍경을 '전시'하지 않았을 테니. 


일하는 사람들 아무도 둘러보는 우리를 신경쓰는 것 같진 않았지만,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살짝 불편해진 풍경.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저가의 기념품용 수공예 물건들은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질 텐데 그 민낯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마주쳐 버렸다. 




음식점에서 만난 뜻밖의 공예품 제조의 현장과 함께. 이 작업장의 제일 큰 자랑인 작업물로 마무리를. 



점심을 먹었으니 이제 다음 편에선 만리장성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