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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2011 베이징_1 : 오래된 후통 거리와 자금성


2017년에 돌아보는 2011년의 베이징 풍경들. 


올해 초 다녀온 베이징 여행기를 쓰려다 2011년의 첫 베이징 사진첩을 보니 올해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기록된 사진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스스로의 사진들을 참 좋아하나 보다.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작성하게 된 6년 전 여름의 베이징 이야기.


2011년에 가게 된 베이징은 '여행'이 아니라 회사에서 간 '워크샵'으로, 나는 처음 가 보는 중국이었다. 

입사한지 몇 년은 되어야 출장을 보내 주는 공공기관이었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 덕분에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나갈 수 있었던 기회였다. 가이드가 붙어 버스로 이동하는 형태였기에 더운 날씨에도 편하게 다녔고,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워크샵 취지에 맞게 박물관과 미술관을 알차게 본 여행이었다. 




2011년에 처음 갔던 베이징에서 받은 인상은 대체적으로 내가 상상했던 '중국스럽다'는 것들을 확인했던 것 같다. 일부분은 기대보다 많이 진보했고, 일부분은 기대보다 많이 옛스러웠다. 이 포스팅은 그 중 옛스러웠던 것들, 오래된 '후통' 거리와 자금성에 대해서이다. 




'후통(胡同)'의 뜻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뜻. 오래된 옛거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작은 골목들이다. 골목으로 들어서기 전, 큰 길가에서 만난 삐에로 가게. 






삐에로 가게의 자전거를 찍고 있는데 저 멀리서 삐에로 남자가 아는 체를 한다. 쾌활하시네! 






현관 앞 마네킹과 같은 옷을 입은 삐에로 남자는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묘한 풍경. 






후통 거리로 들어서기 전 초입에 있던 작은 슈퍼마켓에서 간식을 사 먹으려고 들어서자 보이는 풍경들. 복권인가. 






다 먹고 난 맥주병들의 모습도 관광객의 눈으로 보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슈퍼마켓 벽에 걸려 있던 표들. 뭔지 알 수 없지만 복권이나 도박에 관한 표가 아니려나 싶었다. 





정말 오래되고 낡은 슈퍼마켓의 정취. 





그 슈퍼마켓에서 우리 모두는 요구르트 한 병씩을 들고 나섰다. 다 먹고 병을 놓고 가야 하나? 했는데 그냥 들고 가도 된다고 해서 모두 한 병씩 손에 들고 후통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골목으로 들어갈 수록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옛 거리구나 싶었던 풍경들. 어느 집 대문 위에 달린 엄청난 수의 개량기들. 이 많은 세대가 한 집에 살고 있구나. 나도 어릴 적 이런 집에 살았기에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단체로 관광을 오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의 작은 거리와 작은 집들이었다. 마치 개발되기 전의 익선동 느낌? 하지만 익선동이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은 커다란 상권이 되어 버린 것을 생각하면... 어떤 가난이나 생활 방식이 볼 거리로 소비되는 시대일까. 지금 생각하면 6년 전의 모습이니, 지금 이 후통 거리가 어떨까 궁금하긴 하다. 





집집마다 붙어 있는 종이 장식물들은 연초에 붙인 것들로 예상되는데, 정말 많은 집에 붙어 있었다. 





새해를 기념하며 붙이고 1년동안 두는걸까. 




요즘은 정말 보기 쉽지 않은 무늬 유리. 






오래되고 오래된 구멍가게. 





구멍가게 뺨치게 낡고 작았던 야채가게. 완두콩 까다가 자리를 뜨신 모양이다. 





쌀집도 있네. 





스티커로 멋을 낸 오토바이 자동차? 





구불구불 작은 골목길을 걷다 보니 작은 공원과 큰 길이 나온다. 대기하고 있는 인력거들을 보니 여기가 나름 관광지구나 실감이 난다. 





어쨌든 우리 일행은 걷고, 어떤 아이는 집 앞에 나와서 책을 읽고 있다. 너도 요구르트 하나 먹었구나. 








직접 만든 듯한 간판을 달고 있는 가정집. 뭘까? 






음식점인 듯 한 어떤 가게. 알록달록 싸구려 플라스틱과 햇살이 아기자기한 풍경들을 만들어냈다. 





어느 가게의 외부 카운터에는 이렇게 낡은 전화들이 나와 있다. 이런 색색깔 전화기, 오랜만이다. 


 



후통을 다 걷고 원래 들어왔던 골목으로 나오니 슈퍼마켓 앞 탁자가 이렇게 요구르트병으로 가득해져 있었다. 이 요구르트병은 구입한 곳과 상관없이 아무 가게에나 놓고 가도 되는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것들을 보면서 제일 궁금했던 간식이었던 이 슈퍼마켓 요구르트병을 이곳에 놓고 후통 관광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갔던 곳은 링당 후통(LINGDANG HUTONG). 

그들에겐 현재이지만 우리 시점에서 볼 때 마치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듯, 민속박물관 같기도 한 이 후통 거리를 둘러보는 건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일이었고, 그만큼 사진에 담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어딘가 한구석에서는 나 어릴적 살던 풍경이 떠올라서 진지하고 비판적인 마음이 들기도 하는 관광이었다.







다음은, 대놓고 오래된 후통 거리 만큼이나 내가 생각했던 '중국스러움'을 가장 많이 느낀 곳 '자금성'. 



인민광장에 내려 자금성으로 향한다. 생각보다 넓고 넓다. 





가이드가 자금성 티켓을 끊는 동안 입구에서 사진도 찍고 주위도 둘러본다. 노점상인들과 관광객들이 가득한 이 곳.





정말 가득하다. 





그 와중에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저것. 저 종이 모자. 왜 이 때 용기내서 사지 못했을까!! 

자금성은 우리의 첫 관광코스였는데, 이 때만 해도 같이 움직이는 회사 동료들이 신경쓰여 뭔가 자유롭게 구매하지 못했다. 이 여행이 끝날 무렵엔 '상희씨 또 쓸데없는 거 샀어.' 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듣게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입장한다. 





드디어 들어선 자금성. 많고 또 많다. 사람이...

너무 많은 사람이 양산을 쓰고 있어서 마치 비오는 날 처럼 보이지만, 햇빛 쨍쨍 덥디 더운 여름의 한가운데였다.  





크다 크다 했었지만 정말 크고 웅장했던 자금성. 그 옛날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궁궐을 짓고 단장하고, 유지하는 데에 투입되었을까 싶었다. 





안 그래도 큰데, 우리나라 궁궐들과는 다르게 나무가 단 한 그루도 없어 더욱 위압적인 분위기를 가진 궁궐이었다. 자객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궁궐 내에 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한다.





잘 보이지 않는 곳들의 디테일까지도 엄청나다. 그리고 그 디테일에 묻어난 세월의 흔적들. 손때 가득. 





어이든 빽빽하게 들어찬 장식.





그리고 빽빽하게 들어선 관광객들. 궁궐을 지나면서 있는 통로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통로마다 헐벗고 누워 있거나 자는 사람들이 많아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어느 관광지, 어느 유적지마다 이상한 사람들이 많지만 중국은 인구가 많은 만큼 그 몇십 배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아무래도 황제의 궁궐에서 낮잠자는 경험들을 하려는 듯. 






어딜 가도 사람, 사람, 사람이 많아서 편안한 구경은 생각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여기는 유리창 안으로 당시 사용하던 가구들과 물건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던 곳으로 기억하는데, 이 풍경, 흡사 좀비물. 






자금성의 마지막 코스. 황제와 황후의 정원인 어화원. 내내 돌 뿐이던 삭막한 자금성에 나무 가득한 이런 화원이 있다. 그 옛날엔 황제와 가족들만을 위한 호화스러운 정원이었겠지만, 수천년이 지난 지금은 이렇게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된 곳. 분명 넓은 곳인 것 같은데,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다. 이쯤 되니 이 사람들조차도 중국 관광의 묘미겠거니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도 그 중의 일부이므로.


 



그냥 관광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온 것이므로 우리는 자금성 곳곳의 상품샵을 정말 꼼꼼히 둘러보았다. 넓은 규모만큼이나 상품샵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어화원 안에만 해도 여러 개의 매장이 있었다. 취급하는 물건들도 조금씩 틀린데, 이 어화원에 있는 상품샵이 가장 크고 볼 만 했다. 샵과 상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그동안 상상해 왔던 것보다는 훨씬 괜찮은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싼 인건비와 인구 대비 소비력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뮤지엄이나 궁궐 샵 상품들에 비해 품목당 종수가 많았고, 전체 상품들도 다양했지만 품질과 디자인, 포장은 수준 이하였다. 나 또한 기억을 더듬어 쓰는 것이니, 2011년 기준 평가인 것으로. 






황제와 황후를 위한 인공 돌 산. 궁궐을 나서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이곳에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돌산 위에 정자까지 지었다. 





소수의 몇몇의 여흥을 위한 이 돌산을 만들기 위해 이 돌들은 어디에서 또 어떻게 운반했을까나. 대체 이 거대한 돌을. 정말 상상 이상이다. 





자금성을 나서는 길에 뒤를 돌아보니 이렇게 예쁜 풍경이. 파랑색 위주로 칠해진 단청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자금성의 출구에는 입구와 마찬가지로 노점상 가득이다. 





다시 우리의 관광버스를 타기 위해 나서던 길 마주친 중국 보안들. 팔에 찬 새빨간 완장 때문에 괜히 긴장된다. 중국에서 빨강의 힘이란... 






지나가는 골목에서 또 이게 눈에 띈다!! 지금 생각하면 두 번이나 봤는데도 나는 왜 용기있게 이걸 사지 못했을까 싶은. 

어느 여행에서나 이렇게 아쉬운 물건들이 있는데, 나의 첫 베이징 여행에서는 그게 이 종이 모자였다.





단체로 온 워크샵답게, 공연도 한 편 보았다. 중국 3대 뮤지컬 중 하나라는 '금면왕조' 공연. 



아무 정보없이 간 곳이라, 입구에서 이런 등신대와 홍보물들을 보고 기대감이 확 식었던 게 기억난다. 얼마나 유치한 공연일까 싶고. 그랬는데... 




금면왕조 공연의 하이라이트, 폭포쇼 장면. 기대 없이 봤다가 시작부터 그 스케일에 깜짝 놀랐던 공연이다. 게다가 4개 국어로 자막도 나오는데다가 기예와 뮤지컬이 혼합된 듯한 공연이었고, 의상도 굉장히 화려하고 무대의 변화도 흥미로웠다. 무대에 저렇게 폭포가 콸콸 쏟아질 줄이야. 





전취덕 북경오리도 먹어봤고요. 




단체로 움직이다 보니 아침을 제외한 모든 식사가 둥근 원탁에서 이루어졌던 것 같다. 아니면 가이드가 이런 곳만 안내했던 걸까? 




저녁 시간에는 기대했던 왕푸징 거리에도 가 봤다. 



유명한 야시장이라고 해서 어떤 이상한 것이 가득할까 궁금했던 왕푸징 꼬치거리. 



누가 사 먹나 싶은 이상한 꼬치들 가득. 정말 누가 사 먹긴 한단 말인가! 




애벌레나 번데기, 전갈, 취두부나 각종 해산물들을 꼬치로 판매하는데 왠지 일부러 더 징그럽게 진열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 징그럽고 재미있으니깐? 





숙소로 돌아가기 전, 잠시 이곳에 내려 대형 led스크린 천장을 구경하고 가기도 했다. 정말 어마어마한 길이의 어느 쇼핑몰 천장이었는데 그 거대한 화면에 나오는 영상물들도 정말 '중국스럽다'는 느낌의 영상들이었다. 불사조 훨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