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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2011 베이징_2 : 유리창 거리, 판자웬 골동품시장의 물건 구경과 평양 옥류관


2011년 베이징에서의 인상적인 곳들 두 번째는 골동품들을 잔뜩 구경했던 유리창(리우리창) 거리와 판자웬 골동품시장이다. 단체로 움직이는 여행이었는지라 모든 곳을 보는 데에 시간제한이 있었는데, 두 곳 모두 시간이 아쉬워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먼저 유리창 거리. 


우리나라의 인사동 같은 곳이라고 많이들 설명하지만, 오로지 관광객들만을 위한 야시장처럼 변해버린 인사동보다는 옛 정취와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골동품 내음이 더욱 진하게 묻어나는 곳이었다.



이곳의 가게들은 계단부터가 아직 돌계단이지 않나. 가게마다 취급하는 물건의 종류가 다르지만, 어떤 집은 정말 골동품들이 가득하고, 어떤 집은 최근 생산된 물건들과 섞여 있기도 하다. 어쨌든 보는 재미 가득가득. 





가게 안에 들어서지 않고 유리창만 살펴보아도 깨알 재미들을 느낄 수 있다. 





으아. 정말 오래된 듯한 전족 신발들이 가득한 전족 선반. 


전족을 어떻게 만드는지, 전족한 발이 어떤 모양인지는 인터넷에서 몇 번을 보고 난 후로는 전족을 떠올릴 때마다 내 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어린 시절 '대지'를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전족은 그냥 발에다 꽁꽁 천을 싸매고 있겠거니, 했던 것 정도였는데 실제로 본 전족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행위였다. 당시 그런 문화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었기에 이렇게 골동품 가게에도 신발들이 흔하게 진열되어 있나 싶다.






으아 귀여워라. 안 찍을 수가 없다. 

가게 현판 옆 기둥에 취급품목을 그려 둔 것이 참 이곳과 어울리면서도 앙증맞다. 기억을 떠올릴 필요 없이 문방사우를 파는 가게였겠지. 





다기를 팔던 가게. 과한 문양들이 가득한 것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모여 있으면 구매욕구가 사라진다.





이건 당시 나와 선배가 너무 귀여워하던 물건이라 확 기억이 난다. 자그마한 찻잔 두 개가 세트로 만들어진 것. 꽃문양들이 그려진 건 뻔해서 지나치게 되었는데, 캘리그라피가 씌인 이 디자인은 잔의 질감과 글자가 잘 어우러지면서도 저렴한 물건이었다. 지금 떠올려 보면 샘플만 사지 말고 내것도 하나 샀을걸 싶게 귀엽네. 


당시 박물관 상품을 개발하는 문화상품개발팀이었던 나와 팀 선배는 이곳에서 보는 모든 물건을 습관처럼 박물관 유물에 대입해서 보았는데 그게 정말 재미있었다. 다른 팀 사람들은 이 구경을 썩 즐기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보는 것 마다 서로 생각하는 유물을 대입해서 대화를 나누기 일쑤였으니까. 그곳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리운 것들 중 하나이다. 






어느 골동품 가게에서 마주한 이것은! 살아 있잖아. 

너, 만화 속에서나 보았던 애완 귀뚜라미인가. 





지옥에서 온 귀뚜라미처럼 붉게 빛나던 너. 인상적이었다. 






중국 하면 십이지신. 정말 어느 상품에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 십이지신. 




중국의 과거를 느낄 수 있는 도자기들. 





과거와 공존하는 현재들. 





노점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왠지 출처가 불분명해 보이는 물건들이 절반을 차지한다. 마치 인사동처럼. 





골동품과, 골동품스럽게 만들어진 것들이 뒤섞여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노점의 물건들. 






노점의 이 섹션 마음에 들었다. 빛바랜 금색 사이에 놓여진 옥색 원숭이들.






정말 중국스럽다 싶은 과한 장식의 물주전자와 공산당 시계. 






유리창 거리의 노점에서 나는 이것을 건졌다. 나오고 또 나오는 거북이 도장. 귀엽다 백번 외치며 구입한 물건으로 아주 뿌듯해 하며 가져왔는데, 서울로 돌아와서 꺼내보니 살 땐 몰랐던 어마어마한 냄새에 깜짝 놀라서 지퍼백에 봉인해서 숨겨놨었다. 그리고 손을 아주 여러 번 씻었다.





귀여운 거북이 도장에서 나는 그 고약한 냄새가 너무 싫었었는데, 올해 초, 다시 베이징 여행을 앞두고 생각나서 5년만에 봉인해제했었다.  



내 나름대로 '나오고 또 나오는 거북이 도장' 이라고 부르던 이것은 오투인 도장.






원래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인장이 한 세트로 합쳐지는 거북이 모양 도장에 대한 트윗을 보았었는데, 그 덕분에 이것이 '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양 그대로 자모(字母)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고로 이 것은 다섯 거북이 합쳐지니 '오투인' 도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식을 넷이나 낳아 버린 엄마 거북일세. 





나머지 세 아이들은 등껍질이 있는데 막내는 등껍질에서 몸뚱이만 쏙 나오는 게 징그럽기도 한데, 일단 이 도장들의 크기가 정말 작아서 귀엽다. 냄새...냄새만 빼면... 






손톱만한 막내 거북이의 바닥에도 깨알같이 도장이 새겨져 있다. 이 디테일에 반해서 산 건데, 냄새 때문에 꺼내놓지를 못해... 이 오투인은 이날 사진만 찍고 다시 지퍼백에 봉인되었다. 





이제 다음 장소로. 그 다음은 판자웬 골동품시장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황학동 벼룩시장처럼 골동품들을 바닥에 깔아놓고 파는 곳이었다. 이곳도 전체적으로 골동품과 골동품스럽게 만든 물건들, 대놓고 새 물건들이 뒤섞인 곳이었다. 




판자웬 골동품시장 초입. 벼룩시장의 기운이 느껴지는 형형색색 파라솔들. 





유리창 거리에서 보았던 물건들과 비슷한 느낌의 옛날 물건들이 가득하다.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싶은데 역시나 시간이 촉박하다. 이 넓은 곳을 대강이라도 다 둘러보고 시간 맞춰 가야 하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이 북적대는 골동품 시장에서 평화로운 명상 중이신가요. 





전족인가 싶었는데 아기 신발. 앙증맞구나. 이 비단신을 신던 아기가 여자아이였다면 곧 전족을 하게 되었겠지. 





노점들을 구경하다 부스들이 가득한 섹션으로 들어선다. 앞장서는 선배. 





오래된 그림들과 두루마리들도 가득했다. 





이 여행에서 피영(皮影)을 실물로 보고, 내가 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종이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유리창 거리와 판자웬 골동품 시장에선 피영을 하나 갖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못 사고 돌아왔다. 돌아온 이후에야 이것이 가죽으로 만든 인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던 참에, 대학로에서 열렸던 피영 전시도 찾아가서 인상깊게 관람했었다. 





가죽 상자에 담긴 장기말들. 

 




귀여운 새 조각들. 





커다란 여러 구역에 각기 다른 형태의 부스와 매대가 존재한다. 그리고 흥정을 하지 않고는 뭔가를 살 수가 없는 곳이었다. 아무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계산기 어플을 켜서 서로 숫자로만 흥정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렇게 흥정해서 지금 생각해도 쓸데없는 것을 샀는데....





나의 여행기념품 중 역대급 후회하는 물건 중 하나가 이곳 판자웬 시장에서 산 이 북.

대체 왜? 나는 이걸 샀을까... 미적으로도 흉하지만 가볍기만 한 저 북의 울림은 한없이 조악하기만 한데, 도데체 왜 샀는지 여전히 의문인 물건이다. 내가 세상 쓸데없는 물건들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 물건들 하나하나 나름대로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데, 이건 슬프게도 그 이유를 찾지 못한 물건이다.






돌 가득. 이것들은 모두 진짜 비취일까 싶지만 바닥에 늘어놓고 판매하는 걸 봐선 인조 비취로 짐작되는데... 역시 중국답게 일단 많다. 





정말정말 많다. 많아... 





파는 물건들이 어떻든간에 이 거대한 벼룩시장이 주는 재미는 상당했다. 





하다하다 체스까지 중국식으로 만들어버렸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물고기와 고양이 귀엽잖아. 





아니 이것은! 

유리창 거리의 어느 가게에서 애완 귀뚜라미를 본 이후였기에 이 물건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땅이 넓고 그만큼 사람도 많았으니 그들이 사용하던 옛날 동전은 얼마나 많을까 싶다. 사람이 많았던 만큼 오래된 물건들도 많을 중국. 





오래된 체 하는 물건들 사이에서 새것의 기운을 마구 내뿜는 물건들을 파는 가게 등장. 번들번들 하얀 도자기로 만들어진 불상들. 분명 불상인데 왜 유럽식 도자기 느낌이 나니... 






분명 부처님 손인데 하트 구멍은 또 뭐람... 불상인데 예수님 손 같고... 손톱 너무 길고... 뭔가 시간과 국경을 초월한 느낌이다. 





공산당원들을 주제로 한 도자와 물건들만 팔던 어느 가게도 인상적이었다. 





판자웬 시장에는 문방사우를 파는 가게도 여럿 있었다. 





뭔가 중국스러운 느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것만 같은 종이들로 가득한 이곳에서 우리는 발길을 멈추고. 또다시 쓸데없는 물건을 사려는 마음이 발동한 나와 선배. 미대 나온 사람들답게, '이걸 사면 집에 가서 그림을 그릴 것 같아!'라는 마음이 되살아나는 부질없는 순간. 





선배는 상희씨 이것좀 들고 있어,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고민하는 중이다. 이렇게 줄이 쳐진 병풍식 족자를 하나 살까나 말까나. 





가운데 두 개의 원에 그림을 채울 수 있는 족자도 있다. 특이하네... 이것도 마음에 들어. 이 병풍식 족자가 특히 맘에 든 선배는 자신의 것을 사면서 내 것도 선물로 사주었다. 





이것이 그때 선배가 사 준 족자인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6년 동안 이렇게 빈 채로 있었다. 괜찮아, 이 족자에는 그림 대신 그때의 즐거웠던 기분이 담겨 있을거라고. 분명 선배의 것도 이렇게 새것같은 보관되어 있을 거야... 





지금 사진들을 꺼내어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물건은 이것, 책 위에서 책을 읽는 중국 아이들로 만든 도자기 북엔드. 지금이었다면 다른 것 말고 이 사랑스러운 물건을 사 왔을 것이다. 


6년이나 지난 지금의 이 시장들은 어떤 모습일까. 인사동이 그렇듯이 관광객이 많이 오는 시장들은 그 모습이 변질되기 쉬운 곳이라, 지금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짐작된다. 지금이 어떻든 2011년 여름에는 둘러보는 시간 일분 일초가 아쉬울 만큼 재미있는 물건들 구경에 즐거웠던 곳들이었다. 





그리고 골동품 구경의 재미와는 다른, 묘한 충격을 안겨준 장소. 북경의 평양옥류관. 


이 정도면 아주 평범한 입구. 




뭔가 우리나라 음식 같으면서도 중국 음식 같은 그런. 




들쭉장뇌삼술도 시켰었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음식 비슷한 것들이 나왔었던 기억. (시간이 오래되서 맛은 기억 안 난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인상보다는, 메이드 복장 같은 유니폼을 입은 젊고 예쁜 여성 종업원들이 와서 술을 따라주던 게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멀리서 있다가도 술잔이 빈 것 같으면 다가와서 술잔을 채워주는 건 아마도 가게의 매상을 위해서겠지. 아저씨들은 좋아했을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 보기 싫었던 풍경이었다. 




평양의 기념품 소개... 

조선의 천연재료로 비아그라를 제조할 수 있었단 말인가. 



묘하게 충격적이었던 북한 여성분들의 공연. 분명 현재인데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 하지만 그 과거는 내가 겪어 본 적 없는 과거. 

저런 한복을 입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아마도 모두가 상상할 부채춤 공연도 있었다. 



하나같이 젊은 여성들로만 구성된 공연단이 객석으로 내려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뚱땅뚱땅 악기도 연주했다. 당의를 입은 여성분의 가야금과 드레스 입은 분의 신디사이저 합동 공연은 뭐였을까. 



내 눈앞에 보이는 이건 뭐죠. 나 어릴 적에도 안 해 본 꼭두각시 춤일세. 다 큰 분들이 하니까 무서움. 


숙련된 듯한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공연하는데, 남한 사람으로서는 왠지 무섭게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이 사진 보고 알았다. 나 평양냉면을 2011년에 먹어봤었구나... 하지만 기억이 안 난다. 

지금으로부터 4년쯤 전에 먹어본 평양냉면은 이게 뭔 맛인가 싶었는데, 현재도 여전하고. 




옥류관 한켠에 있던 신문 철들. 하나같이 거리감이 드는 문화를 잔뜩 실감했던 평양 옥류관. 

 



숙소에 들어가기 전엔 중국 마트를 구경하기도 했다. 


여기는 북경 월마트. 



위치 안내가 한국어로도 되어 있어 신기했다. 




무섭게 왜 이렇게 파는거야... 

그리고 저 거대한 물고기를 통째로 말려버린 스케일 역시 중국. 




이 섹션이 이 마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코너임엔 틀림없다. 뭐라고 해야 할까, 고기 존? 육포 존? 




쌀도 이렇게 개방적으로 진열... 여기서 중국 여자가 손을 넣고 모래 가지고 놀듯 만져대는 걸 보고 경악했었다. 




이렇게 익숙한 상품들이 나오면 반가워하는 시간도 가져야지요. 




굉장히 중국다운 식품들이다. 죽순과 대나무들! 




이 때 마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음료가 이거였는데, 디자인별로 가지고 싶어서 두세 개 사 왔었다. 먹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결국은 버렸지만... 





중국에 왔으면 칭따오. 워크샵을 정리하는 회의를 마치고 마트에서 산 간식과 맥주 한 캔씩을 먹으며 마무리했던 어느 밤.